올해 전세계 IPO 1700건…'금융위기 후 최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올해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스냅 주가 추이/자료=블룸버그

올해 전 세계 기업공개(IPO)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다로 늘어났다. 미국의 IPO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중국의 IPO 건수가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늘어난 영향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증시에서 이뤄진 IPO는 약 17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44% 많은 수준으로 2007년 후 최다다. IPO 규모 역시 1960억 달러(약 211조 원)로 전년대비 44% 증가했다. 이 역시 중국 알리바바가 250억 달러 규모 IPO를 실시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 같은 성장세는 미국과 중국의 IPO가 활발해진 영향이다. 올해 미국 기업들이 IPO로 조달한 금액은 490억 달러로 2016년 240억 달러의 2배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 및 선전 증시 IPO 건수 역시 400건 이상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중국 내 'IPO 붐'은 중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기반으로 이행하는 추이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고 FT는 설명했다.

그러나 수익률은 크게 좋지 않았다. 미국에서 IPO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23% 상승했다. 뉴욕증시 S&P500의 올 상승세 20%와 비교해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이목을 모았던 굵직한 IPO의 상장 후 주가도 부진했다. 올해 3월 IPO를 실시한 미국 소셜미디어업체 스냅은 2012년 페이스북 이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IPO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주가는 공모가 대비 10%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 피렐리도 중국 화학업체 켐차이나에 인수된 뒤 올 9월 밀라노 증시에 재상장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공모가가 희망가 밴드 하단에서 결정된 데다 거래 첫주 주가는 공모가보다 더 떨어졌다.

JP모간의 아킨티아 망글라 유럽·중동 주식 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올해 IPO 후 주가 부진으로 내년 상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 IPO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특히 IT 기업들의 IPO가 '역대급'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UBS의 게레스 맥카시 주식 자본 시장 대표는 "잠재적인 IPO가 내년 거의 전례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T 부문에서 데카콘(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의 상장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브루스 우 씨티 중국 주식 자본 시장 공동 대표는 "올해 아시아에서 핀테크(기술·금융), 바이오테크 등 새로운 경제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상장이 많았다"며 "이들 기업의 매력적인 가격 수준과 양호한 상장 후 수익률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가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