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빠르면 다음달부터 취약계층의 장기 소액 빚 탕감

김현정디자이너

은행들이 정부의 장기 소액 빚 탕감에 동참한다. 빠르면 다음달부터 통일된 기준에 따라 고령자와 기초수급자가 갚지 못한 빚과 소액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대출채권의 소멸시효 관리 등에 대한 모범규준'을 이달 중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은 은행의 개인 및 개인사업자 대출채권을 탕감해주는 모범관행이다. 은행들은 모범규준에 따라 자체 내규를 만들어 장기 연체자의 빚 탕감을 시행하게 된다. 은행들은 빠르면 다음달, 늦어도 1분기 내에 빚 탕감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은 사망자, 70세 이상 고령자,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등이 갚지 못하는 빚은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탕감해준다. 빚 상환 청구나 대출금 지급 명령 등 소멸시효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체된지 5년이 지난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더 이상 갚지 않아도 된다.

고령자, 기초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의 빚 탕감 금액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들은 빚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빚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빚을 갚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고령자,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이라도 충분한 재산이 있으면 빚을 탕감해주지 않는다.

원금이 소액인 채권도 탕감해준다. 정부는 소액 기준을 1000만원 이하로 정했지만 은행연합회는 은행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소액 기준을 획일화하지 않고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소액 기준은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각 은행이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내규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지만 은행은 1년 이상 연체자의 빚을 대상으로 탕감 여부를 결정한다. 은행은 보통 연체한지 1년이 지나면 장부상 100% 손실처리해 특수채권으로 분류하는데 이번 모범규준은 특수채권을 대상으로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빚을 탕감해도 추가적인 손실은 없는 셈이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빚 탕감은 재산 조사 결과와 회수 가능성 등 상환 능력을 판단해 결정한다. 재산이 있거나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의 빚은 탕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는 채무자의 재산 등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은행들은 채무자의 집주소 정도만 알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는 재산 파악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에 은행들은 국세청 등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건의했으나 규정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은행들이 도덕적 해이 없이 빚 탕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