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청문회 불출석' 윤전추, 1심서 징역 집행유예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뉴스1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출석 요구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혐의로 기소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박평수 판사는 10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행정관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박 판사는 "국정농단 사건은 다른 어떤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줬다"며 "윤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66)을 최측근에서 보좌해 사건 진상에 대해 자세히 알았을 것임에도 국회의 출석 요구를 별다른 이유없이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한일 전 서울지방경찰청 경위, 승마감독 박재홍씨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판사는 "김 회장은 청력에 문제가 있어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 전 경위는 건강을 이유로, 박씨는 생계를 이유로 불출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본인의 자백과 각종 증거들을 종합해 그대로 유죄가 인정됐다.


반면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미용사 정매주씨 등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회가 이들에 대한 출석요구서를 발부하면서 정당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판사는 정당하지 않은 출석요구서에 따를 의무는 없으므로 무단 불출석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박 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라는 출석 요구를 보내려면 국정조사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는 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들과 협의해서 결정한 일이어서 의결이 맞다고 주장하나 국정조사위원들이 증인 출석에 관한 의결권 행사를 위원장과 간사들에게 위임하는 게 허용된다고 볼 만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윤 전 행정관 등은 2016년 11월과 지난해 1월 사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도 별다른 이유없이 출석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국회는 윤 전 행정관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등에 대해 따져물으려 했다.

김 전 학장과 박씨, 박 전 사장은 정유라씨(21)의 학사비리·승마훈련 특혜 의혹에 휩싸여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 사건을 언론에 폭로한 당사자다.

한 전 경위는 2014년 보도된 '정윤회 문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그는 정윤회 문건 사건 조사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문건 유출을 자백하면 불기소도 가능하다'는 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은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우 전 수석도 함께 기소했으나 법원은 세 사람에 대한 심리를 다른 재판부에 넘겨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안 전 비서관의 불출석 혐의는 국정원 특활비 사건 재판부가, 우 전 수석의 불출석 혐의는 국정농단 방조 사건 재판부가 넘겨받아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