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항공기 실물펀드, 운용 '빗장' 여전…공모 활성화 발목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 인식된 항공기나 발전소 등에 투자하는 실물펀드가 최근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나, 규제 개선 지연으로 발목이 잡히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SOC(사회간접투자)·선박·항공기 등 실물펀드의 주목적 사업에 대해 금전대여와 일정한도 내 차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법제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16년 개정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정부 내부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정이 늦춰지는 건 부처 내 이견 때문이 아니고 업무량 과다로 인해 우선순위에 밀린 측면이 크다"며 "정부안을 확정하면 이후엔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시행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물펀드 활성화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예를 들어 5000억원 규모의 SOC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 자산운용사는 차입이 가능해지면 금융권으로부터 1000억원 가량을 빌려 신규 프로젝트 입찰에 신속히 참여할 수 있게 된다.


SOC펀드는 대표적 실물펀드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도로·항만·지하철 등 사회 인프라를 건설한 뒤 일정기간 통행료나 사용료 등의 수입을 거둬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반대로 실물펀드에 대한 금전대여도 허용되면 사업장을 대상으로 대출 형태의 투자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직접 대출을 금지한 탓에, 펀드가 은행의 대출채권을 매입해주면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려주는 간접적인 구조로 진행했다. 펀드의 직접 대출이 가능해지면 은행에 지급하던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운용의 폭도 크게 넓어질 수 있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공모펀드에 함께 투자한 기관과 개인간 수익을 차등 배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모펀드 설정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물형펀드는 일부 기관투자자가 종잣돈 형태로 목돈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소액 개인투자자로 모집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공모형으로 내놓기 수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사모펀드처럼 선순위, 후순위 투자인지에 따라 기관과 개인간 수익을 다르게 지급할 수 있어야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특별자산펀드(부동산펀드 제외한 실물펀드) 설정액은 58조5352억원으로 이 중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설정된 사모펀드가 54조4035억원으로 전체의 92.9%에 달한다.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실물펀드의 공모 전환도 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문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는 "실물자산은 가격의 급등락이 적기 때문에 부동산 못지않은 대체투자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판매사를 중심으로 부동산펀드 이외의 다른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공모형 실물펀드 활성화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