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안경 하나도 보험, 국내서도 생활밀착형 보험 관심

국내 손해보험업계에서 일반보험은 그간 잊힌 시장이었다. 전체 손해보험 매출 중 10%밖에 차지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상생활 곳곳의 위험에 대비해주는 손해보험이 활성화돼 있다. 고가의 소지품은 물론 안경 하나까지 보험에 가입할 정도다.


◇세계 7위 보험강국, 일반보험 성적표 초라한 이유=한국은 지난해 민영보험 규모가 전세계 7위 수준인 보험강국이다. 특히 손해보험사가 약 270조원에 달하는 자산 규모로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보험료를 뜻하는 보험침투도 역시 12.1%로 세계 5위권이다. 하지만 일반보험만 놓고 보면 위상이 달라진다. 일반보험 침투도는 2015년 기준 0.53%으로 미국(1.99%)과 영국(1.96%)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일반보험 시장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손보사의 효자 노릇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격하게 위축됐다.

건설과 해운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술 및 해상보험 규모가 감소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험사간 경쟁이 심화해 기업성 보험의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앞다퉈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보험사들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일반보험보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시장에 집중했다.


일반보험이 10여년 간 정체기를 겪다 보니 뒤늦게 활성화를 외쳐도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과 손보업계가 지난해부터 일반보험 활성화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일반보험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보험 개발을 위한 기본적인 통계조차 모으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랫동안 시장이 방치되면서 관련 자료와 통계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일반보험은 다양한 재물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기 때문에 각 재물들의 개별 위험을 측정해 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보험료를 산출하는 언더라이팅(인수심사)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일반보험의 보험료 산출을 대부분 재보험사가 만드는 협의요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경험과 언더라이팅 능력 부족으로 협의요율을 많이 사용하다 점차 경험이 축적되면 자사 요율을 산출해야 하는데 국내 보험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협의요율 사용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핵심경쟁력인 요율 산출과 위험인수 결정을 재보험자에 의존하다 보니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안경 하나도 보험 가입 일상화=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일반보험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시장이 성장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선진국 손보사들은 장기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일반보험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험 대상과 형태, 가입 방식도 국내와 비교해 훨씬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태블릿PC,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 고가 소지품을 대상으로 초단기 보험이 발달했다. 미국의 보험 스타트업 트로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마트폰 등 소지품의 사진을 찍어 올려 보험에 가입하고 분실이나 파손 시 앱을 활성화해 보장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등도 국내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 보험 가입이 일상화돼 있다. 보험료 약 30달러(한화 약 3만2000원)를 내면 부주의로 인해 안경이나 렌즈가 파손되거나 분실됐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일반보험이 발달해 일상 속 소소한 위험까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며 “국내 손보업계도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인 수요가 다변화하는데 발맞춰 해외 일반보험 상품과 주요고객, 판매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벤치마킹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