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사' 부영그룹, 지배구조 개선 한 목소리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비자금 조성이나 아파트 부실시공 등 부영에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이 이 회장 1인에게 집중된 지배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과 그 일가가 소유한 부영 기업집단 소속회사는 부영주택 등 총 22개다. 계열사인 것을 숨기기 위해 소유주를 차명으로 신고했다 공정위에 적발된 이 회장의 친인척 회사 7곳(라송산업 등)까지 포함하면 이 회장이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는 29개에 달한다.


이들 회사 대부분은 이 회장의 지분율이 100%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지주회사격인 ㈜부영은 이 회장이 지분 93.8%를 가지고 있다. ㈜부영은 지분 100%를 소유한 부영주택을 통해 부영유통, 부영환경산업 등 7개 계열사를 지배한다. 동광주택산업과 남광건설산업, 부강주택관리 등 8개 기업은 ㈜부영을 통하지 않고 이 회장이 직접 지배력을 행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 한정한다. 계열사의 자회사(손자회사) 간의 거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손자회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 매출을 부풀리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한 셈이다. 검찰도 이 같은 혐의점을 잡고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회사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재계순위 16위의 대기업임에도 기업공개가 되지 않아 이 회장 1인에게 집중된 지배구조를 문제삼기 어려운 것이다.


부영은 사실상 회장 개인의 판단에 의해 경영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부실시공이나 임대료·분양가 폭리 의혹이 나오는 것도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보다는 이 회장의 의중에 따라 주요 경영 사항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도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해 원가를 절감하고 분양가 인상 등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사실상 오너의 전근대적인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영이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 회장 ‘개인기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민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적 영역에 속하는 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 주거안정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기업에 걸맞는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영은 이 회장이 구속된 것에 대해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판 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7일 발부했다. 검찰은 그동안 이 회장이 분양가 폭리, 역외탈세, 비자금 조성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