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조정 진입…'금리급등+컴퓨터 투매' 여파 이어져

지난해 12월 이후 뉴욕증시 S&P500 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뉴욕 증시가 8일(현지시간) 올해 고점 대비 10% 하락하며 조정에 들어갔다. 금리급등에서 시작된 이번 조정을 계기로 그간 고공행진 했던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경로를 걸을 것이란 관측이다.

◇S&P500 1월 고점에 비해 10% 하락…조정 진입


이날 뉴욕증시 S&P500이 2581.00으로 떨어지며 지난달 26일 고점에 비해 10% 하락했다. 기술적 의미의 조정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2일 2.12%, 5일 4.1%에 이어 이날 3.75% 급락하는 등 3거래일 동안 대부분의 하락이 발생했다.

유럽과 신흥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범 유럽증시인 유로퍼스트300은 이번주 4일 간 3.1% 떨어졌다. 2016년 12월 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신흥국 증시도 하락했다. FTSE 전세계 지수는 이번주 4거래일간 5.8% 하락했다. 2016년 초 중국 경기둔화로 글로벌 증시가 떨어진 뒤 가장 큰 하락세다.

변동성도 다시 높아졌다. S&P500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예상을 보여 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 초반 25 밑으로 하락했다가 오후 다시 30으로 상승했다. 유로스톡스50의 변동성 지수도 30을 넘어섰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2016년 6월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주 글로벌 증시 투매가 금리 상승에 의해 일차적으로 촉발됐지만 낙폭을 키운 건 변동성 거래와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의 컴퓨터 자동 거래라고 지적했다.

특히 VIX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ETN(상장지수채권) 등의 상품에 돈이 몰려 있었던 데다 증시가 특정수준 밑으로 하락할 때 기계적으로 매도되도록 설계된 상품들이 낙폭을 키웠단 설명이다.

이번주 뉴욕 증시가 폭락했던 날 매도세가 장 후반에 몰렸던 것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시스템화된 변동성 지수 관련 거래들은 통상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장 후반부에 이뤄진다.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은 변동성을 목표로 한 거래들이 이번 주 2000억달러(약 219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이번주에 증시 하락 압력을 가중 시켰다고 진단했다.

마르코 피론디니 아문디 파이오니어 자산운용 미국 주식 대표는 "조정에 처음 불을 붙인 건 채권 금리 상승이었지만 지난 5일 악화된 건 VIX 하락에 베팅했던 ETN의 영향"이라며 "증시가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해 너무 오른 상태에서 이 같은 순환고리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 재정적자+글로벌 통화 긴축 우려에 금리 상승…금리상승발 증시 하락 이어질 듯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를 매개로 해 시장이 균형을 다시 찾는 과정이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 예상했다. 금리가 상승할 요인들이 늘어난 가운데 증시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어서다.

이날 뉴욕 증시 급락의 경우 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2.9% 치솟으면서 초래됐고, 미 국채 금리 급등을 유발한 주요 요인은 미국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이다.

전날 미국 상원 여야 지도부는 올해와 내년 세출 인상폭을 대폭 상향조정한 2년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다. 초당파적 예산안이 하원까지 통과하면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이는 미국의 국채 발행을 늘려 채권 시장에 악재가 된다.

여기에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통화정책에서 예상보다 매파적(물가안정 중심)인 기조를 드러내며 금리 상승 재료를 보탰다.

이제 시장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상향돌파하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시가 다시 출렁이는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어서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미국 단기 금리 투자전략 대표는 "금리 시장과 주식 시장 사이 밀고 당기기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은 증시가 조정을 거쳐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전세계적인 경기 개선 추이와 함께 주가의 기반인 기업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 봐서다.

마르코 콜라노빅 JP모간 투자전략가는 "경제적 배경이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졌던) 2015년 여름의 변동성 장세 보다는 훨씬 우호적이다"라며 "세계 경제가 개선되고 있고 강력한 기업 실적과 안정적인 원자재 가격 등 모든 요소들이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론디니 대표도 "증시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8년 전체로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