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포기 못해"…첫 亞 방문서 야심 드러낸 우버 CEO

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미국 우버가 일본 시장에 대한 '야심'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 회사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최고경영자)의 첫 아시아 출장길에서다. 우버 최대 주주 소프트뱅크가 최근 우버에 '핵심시장 집중'을 요구했지만 우버 경영진들은 '시장 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우버 CEO "일본은 기회의 시장"…택시 배차시장 '야심' 드러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20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참석한 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기회"라며 일본 시장에 대한 열망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일본 현지 택시업체와의 제휴 의사도 밝혔다. 코스로샤히는 "일본 사업이 더 상장하지 못한 이유를 되짚어 봤고 일본 시장에 우리가 접근했던 역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효과가 없는 방식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선 제휴를 통한 진출이 필요하다는 게 명백해졌다. 특히 이곳(일본) 택시업계와의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업명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택시 배차와 관련해 잠재적 제휴사와 논의 중"이라고도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의 발언이 일본 택시배차시장을 향한 우버의 속내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뿐 아니라 코스로샤히가 지난해 9월 우버 CEO에 오른 뒤 첫 아시아 방문을 일본에서 시작한 것 자체가 이런 야심을 보여주는 행보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방문기간 동안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규제당국, 잠재적 제휴사, 현지 법인 직원들을 만났다.


우버가 일본 시장을 노리는 건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고 봐서다. 일본 택시시장은 16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인 데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배차 서비스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버는 일본의 택시 가동률을 30%로 추산하며 이를 50%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봤다. 우버의 브랜드, 기술, 여행객 수요, 택시업계와의 제휴 등이 결합하면 우버와 택시산업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일본 택시업계의 반발 및 각종 규제로 우버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1%가 채 안 된다.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도쿄 최대 택시회사 중 한 곳인 일본교통의 택시공유앱이 인기를 얻고 있고, 우버의 중국 경쟁사 디디추싱은 일본 최대 택시기업인 다이이치교통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새로운 경쟁자도 등장했다. 코스로샤히의 발언 약 한 시간 전 소니는 일본 대형 택시회사들과 공동출자로 배차시스템 개발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차량공유 앱을 개발하고 지급결제에까지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막강 경쟁자 된 최대 주주 소프트뱅크

우버의 최대 주주 소프트뱅크가 우버에 미치는 영향도 시장의 궁금증을 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우버에 대한 93억달러의 출자를 마무리하며 15%의 지분을 보유한 우버의 최대 주주가 됐다. 지분 확보와 함께 우버 이사회에 합류한 라지브 미스라 소프트뱅크 이사는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버가 미국과 유럽, 중남미, 호주 등 핵심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히 우버가 앞으로 핵심시장 이외 지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이미 막대한 영업적자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발을 뺀 전례도 있다. 2016년에는 중국 사업을 디디추싱에 팔았고 지난해에는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심지어 소프트뱅크는 우버의 최대 주주인 동시에 우버 경쟁사들의 투자자다. 일본 시장에선 우버의 가장 막강한 경쟁사 중 한 곳이 됐다. 이달 초 소프트뱅크가 디디추싱과 손잡고 승차 호출 서비스 등을 하는 합작회사를 일본에 세우기로 하면서다.

우버 측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코스로샤히는 일본 택시 시장에서 소프트뱅크가 디디추싱과 제휴를 발표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소프트뱅크와 사업을 하려면 당신은 소프트뱅크가 당신의 경쟁사와 함께 사업하는 그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괜찮다"고 답했다.

코스로샤히는 "소프트뱅크는 많은 다른 차량·승차공유 업체들에 투자해 왔고 우리의 관계는 매우 초기 단계"라면서도 "우리는 이미 일본 시장과 소프트뱅크가 구축해 온 생태계에 대해 매우 좋은 대화를 해 왔다"고 부연했다.

우버가 내년 경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란 점도 시장 확대를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우버가 이르면 내년 중 IPO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에 중요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지역을 신경 쓰는 게 코스로샤히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