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리스크 금융시장 위협…"트럼프 랠리, 진짜 시험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괴로운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하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번져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모두 1% 넘게 떨어졌다./AFPBBNews=뉴스1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 관세'로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어진 '트럼프 랠리'가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 철강·알루미늄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다음주에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를 예고한 건 무역전쟁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우려로 이날 미국 뉴욕증시도 급락했다.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500포인트 넘게 추락하는 등 S&P500, 나스닥 등 3대 주요 지수 모두 종가 기준으로 1% 넘게 떨어졌다.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UBS자산운용 미주 담당 선임 주식 투자전략가는 이날 CNBC에 "시장은 이번 조치가 미국과 무역상대국 간 보복전의 시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복 자체보다 보복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우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마켓워치 워싱턴DC 책임자인 스티브 골드스타인은 이날 쓴 칼럼에서 무역이 트럼프 랠리의 진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트럼프 랠리를 위협하는 요인이 적지 않았지만 무역상대국들의 전방위 보복을 촉발할 수 있는 이번 조치야말로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무역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세 때문에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워드 맥카시 제프리스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성장세를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불행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가동하지 않던 미국 내 철강공장을 다시 돌리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 역시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플레이션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악재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초 뉴욕증시가 2016년 이후 첫 조정 국면에 돌입하고 글로벌 증시가 덩달아 요동친 것도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미국의 물가 관련 지표가 꿈틀거리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모나 마하잔 알리안츠 투자전략가는 이날 CNBC의 '파워런치' 프로그램을 통해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무역제재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FRB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당초 예고한 3번에서 4번으로 늘어날 공산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무역상대국, 특히 중국의 보복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 가능성,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하면 급등세에 있는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시장에선 최근 2.9%를 오르내리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3%를 넘으면 자산시장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중국은 2015년 8월과 이듬해 1월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로 투매를 자극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세바스티언 페이지 T로우프라이스 자산배분 책임자는 이날 블룸버그에 시장이 격변기로 들어서고 있다며 주식에서 벗어나 채권·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