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으로 스산한 바람만…안희정 집무실엔 '페미니즘' 추천도서

6일 오전 안희정 충남도지사 관사 출입을 통제하는 충남도청 소속 청원경찰들/사진=이재원 기자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이 보도된지 하루가 채 되지 않은 6일 오전,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관사는 침묵을 유지했다.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힌 안 지사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충남 홍성의 충남도지사 관사를 찾았다. 관사 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도청 소속 청원경찰 다섯 명이 입구를 지키고 서서 방문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안 지사의 행방을 물었지만 "지금 관사에 계시지 않다"는 답만 돌아왔다.

충남도지사 관사 본채 유리창에 난 구멍,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에 분노한 30대 민주당원이 6일 오전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파손했다. /사진=이재원 기자

관사의 모든 건물은 상아색 커튼과 블라인드가 내려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안 지사가 기거하는 본채 유리창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구멍은 이날 오전 한 민주당원이 무단침입,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유리창을 파손하는 과정에서 났다.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를 접하고 분노를 느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분노한 지지자가 낸 구멍으로 드나드는 바람은 종종 블라인드를 들어올렸다. 집 내부가 살짝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관사 뒷편의 텃밭에는 관리되지 않은 배추가 모두 얼어죽어 있었다. 창고에도, 별채에도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었다.


관사에서 10여분 떨어진 충남도청에서도 안 지사를 찾을 수 없었다. 5층에 위치한 안 지사의 집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집무실과 이어진 비서실 역시 문을 걸어잠궜다. 몇몇 도청 직원들이 비서실에 서류를 전달하러 왔다가 그대로 돌아가기도 했다.


조명까지 꺼진 집무실 앞은 침묵했지만 도청 공무원들은 남궁영 부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는 도정에 맞춰 분주한 모습이었다. 남궁 부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도정 조직이 시스템으로 진행됐고, 도민의 참여와 공무원의 헌신에 이뤄져왔기에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궁 부지사 역시 "안 지사의 행방은 저희도 모른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지만, 그의 흔적은 있었다. 도지사실 입구 벽면에 마련된 '도지사가 추천하는 책' 코너에서다. 두 줄 짜리 선반에는 안 지사의 자서전과 역사 관련 서적 10여권이 놓였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책들이 있었다. 미국의 여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와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여성인권·페미니즘 관련 작품들이다.

안 지사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지난 5일에도 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