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 안해줘요?"… 무관심 키우는 패럴림픽 편성시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수송 기반시설 KTX 경강선의 종착역인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 앞에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오늘(9일)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대회가 역사상 인연이 가장 각별한 곳 중 하나인 한국에서 개막한다.

그만큼 세계인들의 기대감도 높지만 정작 국민들의 관심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마무리를 위해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보고 싶어도 못 봐"… 개최국이 외면한 패럴림픽= 한국 방송사들은 평창 패럴림픽 대회의 경기 중계시간을 타국 방송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게 편성했다.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국 모두 20시간 미만을 패럴림픽 중계에 부여했다.

반면 타국 방송사들은 △영국 채널4 100시간 △미국 NBC 94시간 △캐나다 CBC 125시간 △스웨덴 SVT 100시간 △프랑스 프랑스텔레비전 100시간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5배에 달하는 시간을 패럴림픽에 할애했다.

이웃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 NHK 62시간 △중국 CCTV 40시간이다. 한국 방송사들의 18~20시간에 비하면 모두 몇 배에 이른다. 이들 국가들은 전세계적인 장애인 인권 의식 향상과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 고조로 2014 소치 동계 패럴림픽 때에 비해 많게는 2배 정도 방영시간을 늘렸다.


한국서 이토록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적은 이유는 한국의 장애인권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아직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리랜서 신모씨(27)는 "주변에서 패럴림픽 이야기를 잘 하지도 않고, 자연히 큰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적은 경기 중계시간이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힘들게 한다는 우려 섞인 비판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씨(24)는 "올림픽 기간 각종 빙상 경기를 매일 챙겨봤는데도 패럴림픽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중계를 해준다면 컬링처럼 좋아하는 종목의 경기는 볼 것 같다"고 말했다.

◇"패럴림픽 퍼스트"…각별한 '한국'= 하지만 이 같은 무관심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은 패럴림픽에 있어 각별한 곳이다.

지난 1988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같은 도시에서 동반 개최됐기 때문이다. 당초 패럴림픽은 196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개최됐다. 이때까지만해도 대회는 올림픽과 별개로 진행됐다. 대회 이름도 '하반신 마비'(paraplegic)라는 뜻에서 유래됐고, 선수들도 하반신 마비 장애인 위주로 구성됐다.

하지만 서울 대회를 기점으로 다음 대회서부터는 두 대회가 관행적으로 동반개최됐다. 그러다 2001년에는 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하나의 도시, 하나의 신청' 조약을 체결하며 동반 개최를 공식화했다.

/그래픽=뉴시스

1988년 서울은 패럴림픽 용어를 평행·평등·나란히라는 뜻(parallel)으로 바꿨다. 필립 크레이븐 전 IPC 위원장은 서울 대회를 향해 "현대 패럴림픽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에 맞게 한국은 평창 패럴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동훈 전 문체부 2차관은 "올림픽 보다 패럴림픽이라는 '패럴림픽 퍼스트'의 자세로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