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열린 전기차 "2차전지 슈퍼사이클 온다"

삼성SDI의 디트로이트 모터쇼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삼성SDI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양산확대 소식이 속속 전해지며 2차전지와 관련 부품 생산업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벤츠, BMW 등 글로벌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라 "2차전지가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을 이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증시에서 삼성SDI와 LG화학 (373,500원 ▲500 +0.13%)은 전날보다 각각 3.87%, 1.82% 오른 21만4500원, 41만9000원에 마감했다.


삼성SDI (408,500원 ▼5,000 -1.21%)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5% 넘게 상승하면서 시가총액도 3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삼성SDI보다는 밀리지만 LG화학 (373,500원 ▲500 +0.13%)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은 10%에 근접했고 시총 역시 2조6000억원 이상 늘었다.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삼성SDI는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들이 120만주 가량 순매수했다. LG화학 순매수액까지 더하면 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역사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폭제가 된 것은 폭스바겐이다.


전날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삼성SDI와 LG화학 등에서 약 250억달러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유럽과 중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를 위한 것이고, 미국향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계약은 추후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시장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규모는 약 400억~5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적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초대형 배터리 계약은 글로벌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확정 짓는 역사적 이벤트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폭스바겐은 현재 3개의 전기차 생산기지를 2022년까지 16개로 확대해 2025년 연간 약 3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2017년 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량은 4만3000대에 불과했다. 그만큼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외에 BMW와 벤츠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유럽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자동차기업들은 최근 전기차 전환에 부쩍 속도를 올리고 있다. 독일 행정법원은 최근 지방정부가 연방정부의 규제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디젤차 운행을 금지하도록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디젤차의 도심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유럽에서 전기차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 독일 BMW는 순수 전기차 ‘i3’ 디자인 변경 모델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영국 재규어는 자사 첫 번째 전기차를 내놓는다. 이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성능을 뛰어넘는 2세대 전기차가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BMW는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에 2억유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유럽 화학기업과 완성차 업계도 유럽연합(EU) 주도 아래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공동 설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삼성SDI는 BMW와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업체를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화학은 르노, 볼보, 쉐보레, 현대차·기아차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폭스바겐 이후 전기차 양산계획을 내놓을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