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 車업계도 철강 관세 역풍 우려…"美 생산 늘리라더니"

미국 앨라배마주의 한 자동차 공장/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아시아·유럽 자동차업계에 '양날의 검'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매지인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1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으로 아시아·유럽 자동차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게 된 건 현지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일 수 있지만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 관세 등 감수해야 할 보호무역정책의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줄곧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뒤에는 노골적으로 외국 자동차회사에 미국 내 생산을 늘리라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일본 토요타는 멕시코 생산 확대 계획을 일부 축소하고 마쓰다와 함께 미국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이 30만대 규모로 2021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241,500원 ▲4,500 +1.90%)도 2022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새 공장 규모와 입지 등을 검토 중이다. 독일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공장에 6억달러를 투자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독일 경쟁사인 다임러는 10억달러를 들여 2020년대 초 앨라배마 공장에 전기 SUV 양산 설비를 마련하고 배터리 공장도 짓기로 했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는 5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처음 짓는 조립공장을 연내 가동할 계획이다.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수는 곧 안방 업체들의 생산량에 육박할 전망이다. 시장조사회사 IHS마킷은 외국 업체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이 2022년 연간 690만대로 미국 업체들의 750만대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NAR은 미국 자동차시장의 판매가 둔화하고 있는 데도 외국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2016년에 비해 120만대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생산은 현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NAR은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이미 소형차 부문에서 아시아 업체들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차 부문에서는 유럽 자동차회사들이 전부터 미국에서 우위를 점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나선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역풍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장 수입산 알루미늄·철강에 대한 폭탄 관세 조치는 미국 내 생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키시모토 아키라 일본 JP모간 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면 토요타의 영업이익이 연간 500억엔(약 5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혼다와 닛산도 각각 467억엔, 364억엔의 손실이 예상됐다.

한편 멕시코는 아시아·유럽 자동차회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상당수 업체들이 그동안 멕시코를 생산거점으로 삼아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2020년 420만대에서 2022년 390만대로 줄 전망이다. 2016년 전망치에 비해 각각 80만대, 110만대 감소한 것이다. 하마다 사토미 IHS마킷 애널리스트는 감소분의 80%가 생산거점이 멕시코 밖으로 옮겨지는 데서 비롯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