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발행어음 인가 지연…관련 부서들 어쩌나

대형증권사들의 발행 어음 인가가 장기 표류하면서 관련 부서를 축소하거나 업무를 이관하는 증권사들이 나오고 있다. 인가 시점이 불투명해 인력 활용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승인 관련 부서를 전략 기획부로 이관했다. '초대형투자은행 준비TF(태스크포스)팀'은 그대로 두되 직원들은 본래 업무와 병행토록 조치했다.


KB증권은 지난 1월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자친 철회했다. '금리 인상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단기금융업의 재검토'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과거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동안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받아 금융당국이 불인가 결정을 내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의 채용 비리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상반기 중에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B증권 관계자는 "조직을 단순 재편한 것으로 발행어음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NH투자증권 (12,320원 ▲410 +3.44%)은 발행어음 인가를 대비해 지난해 6월에 만든 '전략투자운용부'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인력을 20명 가까이 늘릴 계획이었으나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9명이 근무 중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퇴직연금운용 업무를 맡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7,550원 ▲220 +3.00%) 역시 발행어음 업무를 담당할 '초대형투자은행 본부' 아래 15명 안팎의 인력을 두고 있다. 현재 발행어음 조달과 운용을 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종합금융실'에 맞먹는 규모다.

삼성증권 (38,050원 ▲700 +1.87%)도 비슷한 시기에 '종합금융투자팀'을 만들어 10명 안팎의 인력을 두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관련 조직을 만들고 준비했지만 인가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행어음 업무를 위해 핵심 인재들을 발탁했지만 준비 작업만 10개월 이상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가가 언제 날지 모르기 때문에 관련 조직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대폭 이동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허가는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섣불리 조직을 없앨 수도 없다"며 "인허가 절차에 맞춰 언제든지 바로 업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시장 상황 파악과 경쟁사 동향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인력 활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관련 조직을 줄이거나 인력을 재배치 한 곳도 있다"며 "발행어음 인가 기대와 희망은 버릴 수 없지만 무작정 인력을 낭비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