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못 견디겠다"…'자판기 천국' 日 따라가는 싱가포르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JR그룹이 싱가포르서 운영중인 자판기 식당 모습. /사진=JR그룹 홈페이지.

싱가포르 시내 '캄즈'사의 자판기 모습. /사진=캄즈 홈페이지.

"더 이상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

52년 역사의 싱가포르 선물가게 캄즈(Kalms)의 아잔 텡쿠 CEO(최고경영자)는 2016년 말 오프라인 전 매장을 폐쇄하고 자판기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테디베어와 보석류 등의 선물을 파는 캄즈의 자판기는 현재 50여대로 늘었다. 다른 회사들과 협업해 이젠 음료, 과자, 생필품 등도 자판기로 판매한다.

자판기는 사업 아이템을 늘리기 쉽고 오프라인 점포보다 운영비가 70% 저렴하다. 덕분에 캄즈는 16개월 연속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싱가포르가 '자판기 천국' 일본을 닮아간다. 일본이 먼저 높아지는 인건비, 부동산 가격에 대처하기 위해 자판기로 눈을 돌렸는데 싱가포르 역시 비슷한 경제 환경에서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텡쿠 CEO는 "싱가포르와 일본은 고용시장 상황, 제한적인 부지와 높은 인구 밀도 등 비슷한 점이 많아 기업 운영도 닮아가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식당체인을 운영하는 JR그룹은 현재 100여개의 자판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자판기만 갖춘 무인 식당이지만 서양, 인도, 한식, 일식까지 전 세계 요리를 판다. 싱가포르 거리에서는 꽃, 건강 보조식품, 그릇을 파는 자판기도 흔한 풍경이 됐다.

JR그룹이 싱가포르서 운영중인 자판기 식당 모습. /사진=JR그룹 홈페이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설치된 자판기는 지난해 기준 2만여대에 달한다. 자판기 시장 성장 속도도 전 세계 5위로 조사됐다.

인구가 560만명에 불과한 데도 러시아(12.3%), 중국(11.5%), 태국(8.5%), 아랍에미리트(UAE·3.3%)에 이어 연간 3%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성장이 정체됐고 일본은 오히려 판매가 전년보다 4% 넘게 줄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자판기 판매액은 6720만달러(약 720억원)를 기록했다. 2022년엔 75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자판기 제조업체들은 호황을 맞았다. 싱가포르 회사인 르텍(Le Tach)의 자판기 생산대수는 2011년 연간 50여대에서 최근 1000여대로 20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