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B 영장심사 내일 다시 정하기로…연기 이유는?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오는 22일로 예정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무산됐다.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법원은 이 전 대통령 없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두고 법리 검토 후 다시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예정된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은 22일 오전 중 구인연장 재발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 측은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변호인만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 모두 불출석한다고 알려왔다"며 "양쪽의 입장이 달라 이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 이같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자료와 법리를 검토해 구인영장을 재차 발부할지 여부, 피의자 없이 변호인과 검사만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할지 여부, 신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할 것인지 등을 내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를 판단하면서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영장을 재차 발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집행이 힘들기 때문에 구인영장을 다시 발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검찰은 구인영장을 반납했다. 당사자가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이 전 대통령 없이 영장심사를 받기로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 심사를 포기했기 때문에 (구인영장을 반납 이후) 서면심사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구인영장이 다시 발부될 경우 피의자와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없다"며 "구인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 기일이 열릴 경우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어떤 경우에도 이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고, 가능하다면 변호인만 출석하겠다는 의미다.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와 대면심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구속영장 청구가 적법한지, 영장을 통한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절차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미체포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구인장)을 발부해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해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 보장을 위해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신설된 조항이다.

피의자가 출석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은 피의자 출석 없이 심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 13는 판사는 피의자가 심문기일에 출석을 거부하거나 질병, 그 밖의 사유로 출석이 현저하게 곤란하고, 피의자를 심문 법정에 인치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피의자 출석 없이 심문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다.

또 피의자 출석 없이 심문 절차를 진행할 경우에는 출석한 검사 및 변호사의 의견을 듣고 수사기록 그 밖에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방법으로 구속사유의 유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96조의 13는 피의자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호사는 출석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며 "검찰이 구인장을 반납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강제로 법정에 출석시키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변호사와 검사만 출석한 상황에서 심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