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역금융장세, 주식 비중 줄일 때"

"지금은 지수 상단은 막혀 있지만 바이오 등 일부 대박 종목이 나오면서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역금융장세다. 실적이 무너지는 역실적장세가 전개되면 주가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때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권가의 떠오르는 ‘비관론자’ 중 한 명이다. 그는 6개월 이후 한국 경제와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봤다.


역금융장세는 일본의 기술적 분석가 우라가미 구니오가 처음 언급했다. 그는 주식시장 유형을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전개되는 ‘금융(유동성)장세’-양적완화 결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실적장세’-중앙은행 긴축이 시작되지만 아직까지 실적이 받쳐주는 ‘역금융장세’-기업 실적마저 꺾이는 ‘역실적장세’로 나눴다. 역금융장세는 상승장에서 하락장으로 전환하는 장세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1월 2607.10을 기록한 후 조정받고 있지만 신용융자 잔액과 주식활동계좌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수출 지표가 호조인 가운데 한국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 (73,500원 0.00%) SK하이닉스 등이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고 한국의 지리적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됐는데도 사그라들지않는 김 센터장의 불안감은 무엇일까. 그는 이코노미스트 1년차 시절 맞이했던 1997년 외환위기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도 GDP(국내총생산) 등 경제지표가 좋았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몇 달간 도대체 무엇을 착각했던 것일까 고민해 봤다. 결국은 반도체였다. 당시 반도체 생산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계산에 넣지 못했다. 현재는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물량 증가가 뒷받쳐 주지 않아 고용이 늘지 않고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성장이 물량 증가보다 가격 회복에 있기 때문에 경기 확장성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얘기다.”

‘잘못된 과녁에 화살을 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GDP보다는 고용과 임금에 더욱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나 글로벌 긴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2019년부터는 지금과 다를 수 있다며 우려했다.

다만 주식 비중을 줄이더라도 투자를 쉬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간헐적인 투자는 손실시 평정심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난해와 달리 중소형주에 관심을 둘 것을 주문했다.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추경 등을 통한 정부의 내수 부양,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지방의 강소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시사 라디오 진행자 김동환씨와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과 함께 쓴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경제경영서적으로는 드물게 4쇄를 찍었다. 올해도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 등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