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선 인형만 만졌다"…속성교육, 애견숍 학대 불렀나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대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애견 미용사가 미용 중이던 강아지(몰티즈)를 이발기와 손으로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용을 받은 몰티즈는 3일 뒤 쇼크사로 숨졌다.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육체·감정노동이 동반되는 애견 미용사가 제대로 된 소양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애견 미용사…육체·감정노동 강도 세


애견 미용은 통상 한 마리당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애견 미용사들은 하루에 적게는 5마리에서 많게는 10마리까지 털을 깎고 목욕을 시킨다.

이 과정은 녹록지 않다. 강아지가 미용 도중 이리저리 움직이고, 심하면 미용사를 물기도 한다. 애견 미용사들은 한 손으론 강아지를 붙잡고 털을 깎는다.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정 소모도 많다. 힘들게 미용을 마친 뒤 강아지를 찾으러 온 주인이 반가워하는 반려견을 보고 "미용 언니가 때리기라도 했어?"라고 말하는 날이면 억장이 무너진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일부 애견 미용사들은 강아지를 괴롭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만다. 한 동물병원 의사는 "애견 미용사 5명 중 4명 꼴로 미용 중 강아지가 말을 안 들으면 목을 조른다"며 "제대로 된 미용사를 찾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증언했다.

◇자격증 필수아니야…기술 위주 소양교육 없어

문제는 애견 미용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곳조차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애견 미용사 자격증은 필수가 아니기에 없어도 취직할 수 있다. 1~3급으로 이뤄진 민간 자격증을 따기 위한 커리큘럼은 6개월 커리큘럼이 기준이지만 속성 3개월반이 성행한다.

한 애견 미용사는 "학원에선 인형으로만 실습을 하다가 취업하고 강아지를 처음 만져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안전교육이나 소양교육은 없다. 애견 미용사 A씨는 "털을 깎는 기술만을 빠르게 배웠을 뿐,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육은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사랑동물병원장에서 포메라니안이 미용을 받고 있다. 해당 동물병원은 미용과정을 투명한 문으로 볼 수 있게 해뒀다. 주인이 원하면 직접 들어와 과정 내내 함께할 수 있다. 포메라니안이 미용 중 활짝 웃고 있다/사진=한지연기자

처우도 그다지 좋지 않다. 대부분의 애견 미용사는 동물병원이나 애견숍 정식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 자격이다. 산재 보험을 받지 못하니 미용 중 강아지에게 물리더라도 치료비는 자기 몫이다. 현행 법상 애견 미용사를 고용하는 사업장에서 애견 미용사의 안전 대책을 준수할 의무는 없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사는 "애견 미용사와 같이 동물을 다루는 직업인들에게 기초소양 교육을 필수로 받게 하는 등 자격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그만큼 애견 미용사들의 처우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용 중 애견 학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선 견주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미용사에게 미리 반려견의 성향이나 불편해 하는 부위 등을 일러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 애견 미용사 A씨는 "사나운 강아지에겐 진정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견주가 이를 꺼려해 말을 해주지 않아 물리는 경우도 많다"며 "강아지가 불안해하니 견주에게 강아지와 함께 있어달라고 요구해도 무시하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희령 한사랑동물병원장은 "일부 애견숍에서 (수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반려견이라면 강아지를 위해서라도 미용을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견주들은 반려견이 낯선 사람을 물지 않도록 강아지들의 사회화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