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단추' 만지작거리던 김정은, 대화 테이블 나온 3가지 이유는?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올해 초만 해도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위협하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왜 갑자기 대화 테이블로 나왔을까.

CNN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타격까지 언급하며 적대적 태도로 일관하던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태도를 180도 바꾼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북한 전문가들이 본 3가지 이유는 ①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적 궁핍 ②핵 무장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데뷔 ③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군사행동을 피하려는 시간벌기 등이다.

①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적 궁핍'

제일 먼저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김 위원장을 대화테이블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같은 이유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아쉬운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의 대외 교역이 1950년 한국전쟁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일 것"이라며 "북한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자립이 어려운 수준으로 특히 음식과 연료, 기계 등의 분야가 그렇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북한의 대중 수출량은 900만달러(약 96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95% 급감했다. 수입 규모는 3분의 1 수준인 1억300만달러(약 1101억원)에 불과했다.


브라운 교수에 따르면 북한 지하경제에서는 중국 위안화는 물론 미국 달러화마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는 민간 영역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민간영역에 대한 통제를 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일이 힘들어 질 수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조력자를 통해 북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려 들 경우 북한의 통화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북한이 경제적으로 위기에 몰리면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중국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정상회담을 대가로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중국이 언제라도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원유 공급이 안되면 북한 물가는 치솟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런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그래서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두 번의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이번 기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했을 때와 1990년대 중반 소련 붕괴 당시를 북한이 변화할 수 있었던 기회로 봤다.

② 핵 무장 자신감으로 국제무대 '전략적 데뷔'

이번 회담은 북한이 핵 무장을 마치고 전 세계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현대차-KF 한국역사 및 공공정책 연구센터’의 한국 역사 및 공공정책 대표인 진 H. 리는 "김 위원장의 국제무대 데뷔가 세심한 계획과 질서정연한 정치적 전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김 위원장이 빈곤한 나라의 권력을 세습한 지도자가 아닌, 핵무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안보에 실제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지도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리 대표는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덕에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앞서 아버지(김정일)와 할아버지(김일성)도 해내지 못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동등한 위치에서의 협상을 노린다는 것이다.

리 대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건곤일척의 게임(a high-stakes game)”을 벌이고 있다고도 봤다.

③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 피하려는 '시간벌기'

마지막으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줄이면서, 대북제재를 줄이기 위한 '시간벌기' 차원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선임 연구원인 애덤 마운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선제 타격 위협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를 우선 넘기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고,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단 전쟁 국면을 피하는 외교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의 의미를 가지고 설왕설래 하는 것도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할 정도의 "상징적 움직임(symbolic steps)"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운트 연구원은 "외교적 혹은 군사적 해법을 동원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즉각적으로 해체하는 일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키메라'처럼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