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신입사원 면접 날에"…檢 압수수색에 체면 구긴 LG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임동욱 기자

검찰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있는 LG그룹 재무팀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취재진 수십명이 트윈타워 동관 로비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는 검찰 관계자들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정혁 기자

LG 트윈타워 중앙 현관에 있는 TV에 공지된 LG화학 신입사원 공개채용 1차 면접 일정/사진=이정혁 기자

검찰이 LG 그룹 사주 일가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9일 LG의 심장부인 여의도 트윈타워를 전격 압수수색하자 LG그룹 계열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들이 닥친 이 날은 공교롭게도 LG화학 (402,500원 ▲11,500 +2.94%) 신입사원 면접일인데다 LG전자 (98,300원 ▲700 +0.72%) 해외 거래선 수십명이 LG 본사를 찾은 날인 만큼 LG그룹은 완전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9일 오전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 트윈타워 동관에 있는 LG 재무팀을 3시간 넘게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LG그룹 사주 일가가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고발을 접수받고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관 1층에는 취재진 수십명이 대기 중인 가운데 말쑥한 정장 차림의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왼쪽 가슴에 하얀색 명찰이 달린 이들은 '상반기 LG화학 신입사원 공개채용' 1차 면접 대상자다.

동관 31층 소강당에서 면접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온 '예비 LG맨들'은 휘둥그런 눈으로 취재진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동관 1층에는 한 때 취재진 외에는 오가는 이가 없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이날 오전 LG 트윈타워 중앙 입구에는 LG전자가 초청한 해외 거래처 고객들로 붐볐다. 이들 역시 평택공장으로 투어를 떠나기 전에 운집한 취재진을 신기한 듯 구경하기도 했다.

서관 지하 1층에 있는 흡연공간에서 LG 계열사 직원들은 저마다 뉴스를 검색하며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계속되자 일부 직원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한 직원은 "불과 얼마 전에 대통령이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직접 방문하지 않았느냐"며 "그냥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주요 그룹 중 거의 유일하게 '외풍'에서 벗어나 있던 LG그룹은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종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