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박사' 文대통령 "도종환 장관님, 설명하실 수 있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 준비한 '침류각' 안내판 사진/청와대 제공

"사진 띄워 주세요."

29일 청와대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공언어 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사진자료를 화면에 띄우라고 지시했다. 화면에는 청와대 내부에 있는 1900년대 초 가옥 ‘침류각(시도유형문화재 제103호)’ 안내판을 찍은 사진(위)이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이게 공공언어의 한 유형인데, 보시다시피 ‘세벌대 기단, 굴도리집, 겹처마, 팔작지붕, 오량가구, 불발기를 두고 있고 상하에 띠살, 교살, 딱지소, 굴도리"라며 "혹시 도종환 장관님 뜻을 한번 설명하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도 장관은 “이게 우리 현실”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량가구'를 예로 들며 "전통가옥 연구자들에게는 관심사일지 몰라도 일반 국민에는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며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닌 정보가 엄청나게 어렵게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경내의 이 건물을 볼 때마다 용도, 언제, 왜 만들어졌는지, 왜 지금 청와대 이 자리에 있는지 등이 궁금하다며 "그런 의문에 대해서는 (안내판에) 한 마디도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원, 수목원, 등산로, 탐방로 등에 나무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면 전부 무슨 목, 무슨 과, 무슨 원산지, 이런 식으로 국민이 크게 관심 가지지 않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책을 할 때 마다 묻습니다. “이 꽃이 뭔지 아십니까?” “이 나무 이름이 뭔지 아세요?” 대통령의 식물 퀴즈, 3실장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청와대 인스타그램

이어 “이 나무 용도가 뭐며 왜 이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등은 전혀 없다”며 “이왕 친절하게 하는 김에 국민에게 정겹게 잘 알려주는 그런 식으로 소개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꽃·나무 사랑은 청와대 안팎에 꽤 알려져 있다. 점심식사 후 경내를 산책하며 임종석 비서실장 등 참모들에게 꽃 이름 등을 설명할 땐 해박한 지식을 뽐낸다고 한다. 침류각 안내판도 경내 구석구석을 아는 문 대통령의 '안테나'에 포착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좋은 우리 한글로도 바뀌어야 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담겨야겠다"고 했다. 신조어, 영어 용어 등에 대해서도 "최대한 우리 한글로, 쉬운 용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만약에 그런 용어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용어는 하다못해 뜻, 각주라도 달아주면 훨씬 더 수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