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세월호 사건 '신광렬 판사'에 배당하려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세월호 참사 사건을 특정 재판장에게 맡기려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25일 조사 결과 발표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법원행정처의 '(140505)세월호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문건에는 신광렬 당시 인천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재판장으로 특별재판부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을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다.



대법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해당 문건과 관련해 당시 특정 판사에 대한 배당을 검토했는지 질의하자 "문건상으로 광주지법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고 관할이 있는 목포지원과 인천지법 중에서 규모 등으로 보아 인천지법이 적정하고, 진행하게 되면 적정 재판부가 어딘지 검토하는 내용이었다. 재판 진행은 광주에서 이루어졌다"며 "인천지법의 경우 수석부 또는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를 재판장으로 하는 특별재판부, 일반 형사부 3개의 안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구속적부심을 맡아 이들을 석방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조사단은 당시 행정처가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배경은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 조사단장을 맡았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문건에 대해 "세월호 참사 사건의 관할법원은 목포지원인데, 목포지원의 규모상 큰 사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광주지법으로 하느냐, 인천지법으로 하느냐를 검토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법행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법원행정처가 자신들이 신임하는 특정 법관에게 사건을 맡겨 재판 상황을 조종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통상 법원은 사건이 접수되면 전산배당을 통해 사건을 맡긴다. 그러나 해당 문건을 작성한 곳은 재판 배당 업무와 관련이 없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었다.

한편 조사단이 공개한 '현안 관련 말씀 자료' 문건에는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등 박근혜정부 청와대와의 유착 정황으로 의심되는 표현들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