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다 '쾅' 6월 최다, 공짜 보험 아셨나요?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뉴스1

7년째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김모씨(31)는 이달 2일 오후 8시쯤 서울 동작대교 인근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타다 봉변을 당했다. 옆길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던 한 남성이 갑자기 김씨 앞으로 튀어나와 이를 피하려다 넘어지고 말았다.

결국 김씨는 다음날 병원에서 왼손 골타박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엑스레이 촬영 등의 비용만 48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시속 20km 이하로 천천히 달렸는데 이렇게 크게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며 "자전거 보험에 무관심했는데 막상 이런 일을 당하니 막막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사고는 1년 중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날씨라서 그만큼 운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 중인 개인 자전거 보험 상품이 아예 없는 등 대비에는 대다수 이용자들이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자전거 보험 혜택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내 자전거 교통사고는 날씨가 풀리는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아침·저녁으로도 따뜻한 6월과 9월 절정에 이른다.

지난해 서울 시내 자전거 교통사고는 모두 1657건이었다. 1~2월 60여건 수준이던 자전거 교통사고는 3월에 들어서자 135건으로 뛰었다. 6월에는 208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9월에 184건으로 뒤를 이었다.

2016년과 2015년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15년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는 2230건으로 6월과 9월에 각각 252건, 301건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2016년에도 전체 1884건 중 24%(467건)가 6월과 9월에 발생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자전거 사고는 전체 도로교통사고 발생 건수의 6.8% 1만4937건이다. 5년 전(1만2121건)보다 23% 늘었다. 자전거 사고로 부상당한 사람은 1만5360명이고 사망자도 258명에 달한다.

매년 6월과 9월을 중심으로 자전거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자전거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전거 보험 가입 건수는 6279건에 불과했다.

새로 가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삼성화재 개인 자전거 보험이 지난해 말 판매를 중단하면서 관련 상품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사라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전거 사고는 운전자보험이나 다른 상해보험 등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보니 찾는 고객이 많지 않다"며 "찾는 고객도 없고 수익성도 낮아서 보험사들이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보험이 사라졌지만 보상받을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자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시민에게 무료로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에서는 성동·노원·서초·강북구 등 4개 지자체가 보험에 가입했다. 경기 이천·남양주·용인·안양·부천·구리시, 전북 전주·대전·경남 양산·충북 충주·제주 등도 시민을 위한 자전거 보험에 가입했다.

해당 지자체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자전거를 타다 다쳤을 경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자전거를 타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어도 마찬가지다. 자전거 사고가 나면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면 된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운전자 후유장해 보상, 진단위로금, 변호사 선임비, 사고 벌금, 처리지원금 등이 제공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다 사고가 나도 보험이 적용된다. 따릉이를 타는 시민이라면 지역에 상관없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위 사례에서도 사전에 관련 제도를 알았더라면 보험금을 탔을 수도 있었다.

실손의료보험이나 운전자 보험 등 기존에 가입한 보험도 활용할 수 있다. 본인이 자전거를 타다 다쳤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여기에 특약으로 '일상생활배상책임'(일배책)을 추가하면 자전거를 타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배책은 다른 사람에게 인명 혹은 재산상 피해를 줘 법률상 지게 되는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김선성씨(32)는 "(서초구민이라면) 자전거 보험에 자동 가입되는지, 기존 보험을 활용할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자전거를 타다 미끄러져 다쳤는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었다면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