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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車의 장례식장=분만실, 폐차장에 가보니…

[2018 대한민국 '폐차(廢車)백서']②경기도 양주 폐차업체 르포…"돈 된다" 외국인도 몰려

머니투데이 양주(경기)=김영상 기자 |입력 : 2018.06.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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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자동차는 ‘폐차’(廢車)하면 남기는 게 한둘이 아니다. 고철과 부품 재활용 등 경제적 이익은 물론 환경 개선과 신차 소비 촉진 같은 유·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낳는다. 폐차는 자동차의 죽음인 동시에 또 다른 부활이다.
8일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에 폐차 접수를 한 차량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8일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에 폐차 접수를 한 차량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자동차 수백 대가 탑처럼 쌓였다. 차량을 실은 지게차는 '삐삐' 소리를 내며 분주히 움직였다. 시끄러운 차량 시동 소리도 들린다. 시선을 돌리자 타이어·엔진 등 종류별로 놓인 차량 부품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명을 다한 자동차가 생을 마감하는 폐차장의 모습이다.

최근 경기도 양주의 자동차해체재활용업체(폐차업체) '굿바이카폐차산업'을 찾았다. 약 7900㎡ 정도 되는 폐차장에는 300여대의 차량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차량에는 번호판이 없었다. 차주가 폐차신청을 하면 압류·저당 등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원부조회를 거친다. 결격사유가 없으면 번호판을 떼고 차량 등록을 말소한다. 사람으로 치면 사망선고를 받는 셈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폐차 작업이 시작된다.

차량을 접수한 이후 적어 놓는 메모. 입고날짜·차량번호·엔진 모델·연식·변속기 종류·폐차 유형을 적는다. 모자이크된 부분은 차량 번호. /사진=김영상 기자
차량을 접수한 이후 적어 놓는 메모. 입고날짜·차량번호·엔진 모델·연식·변속기 종류·폐차 유형을 적는다. 모자이크된 부분은 차량 번호. /사진=김영상 기자

우선 차량에 적힌 암호 같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숫자와 알파벳, 한글이 섞였다. 쉽게 차량을 분류할 수 있도록 해둔 표식이다. 입고 날짜·차량 번호·엔진 모델·연식·변속기 종류 등이 차례로 적혔다. 접수한 차량을 점검한 후 가장 먼저 표시하는 부분이다. 박경국 공장장(55)은 "같은 차량이라도 엔진·변속기 종류 등에 따라 사용하는 부품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폐차장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자 큰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차량에 있는 부속품을 모두 해체한 후 남은 차체를 압축하는 장치였다. 흔히 폐차라고 하면 떠올리는 장면인데 실제로 보니 순식간에 납작하게 눌러 고철로 만들었다. 단단하게 보였던 차량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아 쇳덩이로 변했다. 압축한 차체는 고철로 판매한다. 다만 고철 자체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조금이라도 더 재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한 달에 300~400대 정도를 폐차하는 이 업체의 한 달 매출은 3억~4억원 수준이다. 이중 해외 비중은 20%가량이다. 차량에서 나오는 동파이프·배선 등 고철은 이익률이 낮지만 아직 매출 규모에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8일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에서 필요한 부품을 모두 떼어낸 차량을 압축하기 위해 옮기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8일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에서 필요한 부품을 모두 떼어낸 차량을 압축하기 위해 옮기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부품들은 모두 판매 대상이다. 특히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삼원촉매장치나 엔진의 가격을 가장 비싸게 쳐준다. 부속품마다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도 있다. 이들은 여러 폐차업체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부품을 찾는다.

40년째 차량 유리를 전문으로 취급해온 맹모씨(70)는 "폐차장에 들어오는 차량에서 나오는 유리를 산 후 필요한 곳에 되파는 일을 한다"며 "교통사고가 나서 차 유리만 따로 구매하려는 사람 등이 주요 손님"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고로 부품을 구입하면 신제품보다 30~50% 정도 저렴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폐차장에는 하루에 10곳 이상의 관련 부품 업체가 정기적으로 다녀간다.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도 인기다. 상태가 괜찮은 차량은 그대로 가져가고 해체 후 부품을 챙겨가기도 한다. 이날 폐차장에서도 반나절 남짓한 시간 동안 10명이 넘는 외국인 바이어들을 만났다.

박 공장장은 "예전에는 한국인들이 해외로 직접 수출했지만 요즘에는 외국업체에서 나온 직원을 거쳐 거래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오래 일한 베테랑이라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한국어로 했다.

이집트에서 온 호스니씨(35)는 "폐차에서 나오는 엔진과 범퍼 등 필요한 부품을 사서 이집트로 보내는 일을 7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큰 트럭에 물건을 실어간 후 보관했다가 한 번에 본국으로 보낸다. 아프리카의 비아프라에서 온 한국 생활 10년 차 레미씨(46)는 이날 같은 차종의 경차 7대를 구입했다. 그는 "양주에 있는 폐차업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부품을 산다"며 "오늘 구입한 경차는 해체해서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8일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에서 차량용 헤드라이트가 종류별로 진열돼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8일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에서 차량용 헤드라이트가 종류별로 진열돼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폐차장 한편에는 엔진·사이드미러 등 새 주인을 기다리는 부속품이 쭉 늘어져 있었다. 해체 후 남은 부품은 소매로 판매되는데 차종과 모델명 등이 하나하나 적혀 있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살 수 있도록 폐차업체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해당 차종이 단종되었거나 부품을 저렴하게 구하고 싶을 때 큰 도움이 된다. 국토교통부 자료(2018년 5월)에 따르면 15년 이상 된 자동차가 전체의 10.9%에 달할 정도로 차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승용 굿바이카 팀장(48)은 "누군가 찾지 않으면 그냥 버려졌을 부품을 재활용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폐차는 차량을 없애는 작업인 동시에 또 다른 차량에 새롭게 숨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51)는 "폐차는 다른 재활용품목에 비해 처리 사슬이 잘 짜여 있어 재활용하기 쉽다"며 "종합 시스템 산업인 자동차의 재활용률을 높이면 우리 사회 전체의 재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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