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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산 26.3조원인데…돈이 없다는 '저출산 대책'

[저출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② 저출산=돈 쏟아붓기에서 벗어나야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입력 : 2018.06.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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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산 26.3조원인데…돈이 없다는 '저출산 대책'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로드맵’은 아직 ‘출산 전’이다. 정부는 기존 저출산 대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해 보완책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로드맵은 지난해 12월에서 지난 4월, 그리고 다시 6월로 미뤄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에서 “범정부적인 추진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빠르면 5월 중, 늦어도 6월 초에 종합적인 저출산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그 시한도 넘겼다.

대책이 늦어지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고민이 깊다는 것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저출산 대책은 힘을 받고 있다.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부위원장 자리를 신설했다. 위상을 강화한다는 취지고 저출산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저출산 문제는 안건 중 하나로 올랐다. 문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런 문화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은 먹히지 않았다. 기존의 정책이 통하지 않았다면 출발점은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즉, 다른 발상과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문제가 달리 보인다. 우선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저출산 예산은 없었다. 정부의 ‘2018년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저출산 예산은 전년대비 9.1% 늘어난 26조3189억원이다.

그래픽 = 최헌정 기자
그래픽 = 최헌정 기자
예산 규모는 국방 예산(43조2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정작 저출산에 직접 들어가는 돈은 많지 않다. 기존의 저출산 예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450억원), 청년 해외취업 촉진(424억원) 등 저출산과 무관한 돈이 모두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포괄적인 고용, 여성 예산 등을 모두 저출산 예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고 그 때마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저출산 예산을 많이 편성한 것처럼 보이려고 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 때문에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예산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이같은 저출산 대책의 관행을 타파하고 말 그대로 ‘저출산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사고를 해야 한다.

성장에 집착하기보다 개인의 행복도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인구 감소 역시 감내할 수 있게 된다. 인구가 준다고 걱정할 것만 아니라 어디까지가 적정인구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해 가야 한다. 저출산은 현재의 인구를 기준으로 한 개념이다.

복지부가 2005년에 한국인구학회에 의뢰해서 적정인구 연구를 했는데 당시 한국의 적정인구는 4600만~5100만명으로 제시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우리 경제가 가장 좋았을 때가 1980년대인데 당시 인구가 4000만명 대”라며 “적정인구도 그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적정인구가 얼마인지 도출되면 ‘저출산’에 대한 정의도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저출산에 대한 대책도 일정 부분 바뀔 것이다.

출산을 바라 보는 사회적 관점에서도 발상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비혼가구를 제도권으로 진입시키는 것이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책도 빠른 속도로 준비해야 한다. 우선 노동연령인구 연령 상한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노인 기준을 70세로 높이고, 연금 수급 연령도 70세 이후로 늦출 경우 생산인구 감소나 세입 감소, 연금 고갈을 늦출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분야 개혁이 요구된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데, 생산가능 연령 상향 역시 일할 여력과 의향이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교육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며 “단순암기식이 아니라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 해결능력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정현수 gustn99@mt.co.kr

베수비오 산기슭에 도시를 건설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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