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토요타家, 3~4세대 넘어가도 존경 받는 이유

2013년 록펠러가 홀리데이 기념 카드.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4세손 제이 록펠러, 맨 오른쪽이 5세손 저스틴 록펠러이다./사진=West Virginia & Regional History Center.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 역사상 최고 갑부는 스탠더드오일 창업가인 존 록펠러이다. 1937년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1.54%(14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빌 게이츠의 3배 정도이다. 80년이 흐른 지금도 록펠러가 재산은 100억 달러(11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록펠러 가문은 미국인들에게 여전히 존경을 받고 있다.

록펠러 가문은 19세기 전반 만해도 ‘강도귀족(Robber Baron)’이라 불렸다. 남북전쟁을 통해 사업 밑천을 마련한 뒤 독과점과 온갖 불법을 서슴지 않고 부를 축적한 까닭이다. 결국 미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고 1911년부터 반독점금지법 등 규제가 이뤄졌다.


이때부터 미국 상속가문들의 가족기업 형태가 바뀌었다. 정치·사회적 외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경영권을 세습을 하는 대신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대신 ‘패밀리 오피스’(가문 자산운용사)에 재산을 신탁해 부를 증식했다. 록펠러 후손들은 가문헌장에 따라 패밀리 오피스로부터 학교 성적과 대학 수준에 따라 매달 다른 액수를 지급받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액수가 줄어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스웨덴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발렌베리그룹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냈다. 기업의 이익은 투자 지주회사를 통해 배당 형태로 4개의 공익재단으로 들어간다. 후손들은 재단이나 기업에 재직하며 급여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해외 상속가문들은 사회 환원에도 힘썼다. 록펠러는 인생 후반기 당시 총 5억5000만 달러(현재 가치 약 60억 달러)를 기부했고 1913년에는 록펠러재단을 세웠다. 이 재단은 지금까지 20억 달러 넘게 전 세계에 기부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외동딸에게 소액의 현금과 개인 집만 남겼고 당시 3억5000만 달러(현재 가치 48억 달러)를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미국 전역에 지은 도서관만 2500개에 달한다.


‘재벌’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 ‘자이바쯔(財閥)’ 가문들은 어떨까. 이들은 2차 대전 후 미군정을 거치면서 선진국처럼 소유지배구조를 바꿨다. 오너가족의 경영권이 소멸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급격히 변화했다. 대표적 가문이 토요타이다. 토요타 가문의 주식 지분율은 2%로 70여년의 그룹 역사에 단 한 번도 비자금 등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후손들은 대부분 토요타에 입사해 일하지만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도태된다. 1937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총 11명이 경영했는데 후손이 6명이고 전문경영인이 5명이다. 창업가 증손자인 현 토요타 아키오 사장도 은행에서 일하다가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업무 실수를 저질러 강등된 적도 있다. 지금도 실적이 좋지 않으면 이사회가 언제든 그를 해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