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상납 선고…국정원장은 '뇌물 무죄',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1심 재판이 박 전 대통령 본인을 제외하고 이번주 모두 마무리된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오는 28일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안 전 비서관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8억원,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박근혜정부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들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하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 측에게 흘러간 국정원 특활비는 총 36억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운영에 편의를 얻을 것을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넨 것이라며 관련 사건 피고인들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문제의 국정원장 3명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의 1심 판결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뇌물죄의 요건인 직무관련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돈을 받은 것으로 인해 사회 일반으로부터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는지 봐야 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특수활동비가 대통령의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특활비를 전달할 게 아니라,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입장에서 소극적으로 지시에 응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것은 정당한 사용목적을 벗어난 것이 맞다고 보고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남 전 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6월,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6월에 자격정지 2년이 선고됐다.

문고리 3인방이 국정원장들과 마찬가지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각 재판은 독립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사건으로 시작된 재판인 만큼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29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특활비 상납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최 의원은 박근혜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2014년 10월 국가정보원 예산안 관련 편의제공 명목으로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특활비 1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징역 8년에 벌금 2억원, 1억원 추징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사건 재판은 다음달 2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런 부정행위를 엄중하게 사법적으로 단죄해 유착관계를 끊고 국가기관 위상과 자유민주 법치의 근간을 굳건히 재정립해야 한다"며 징역 12년에 벌금 80억원, 35억원 추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공천개입 사건과 함께 해당 사건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검찰은 공천개입 사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년을 따로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