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은 없다…LG 경영일선서 손떼는 구본준

구본준 LG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4세 경영의 막을 올린 LG가(家)의 장자승계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구광모 신임 LG (78,900원 ▲1,000 +1.28%) 회장의 선임과 함께 구 신임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LG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을 선임했다. 이사회에 앞서 열린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처리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의 퇴진도 공식화 했다. 구 부회장은 이날 이후 LG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연말 임원인사에서도 퇴임한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 부회장임과 동시에 LG전자와 LG화학 이사회 내에서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맡고 있다. LG 이사회 멤버는 아니다. 구 부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 직책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계열사 이사회에서도 나오게 된다.

구 부회장은 한 때 '구원투수'라 불릴 만큼 LG 계열사를 두루 거쳐 형인 고(故) 구본무 LG 회장을 보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1987년 당시 금성사였던 LG전자 PC 및 모니터 기획담당 부장으로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LG에 첫 발을 들였고 이후 LG전자,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옛 LG 필립스 LCD), LG상사 등을 거쳤다.


다른 형제들과 비교시 '도전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구 부회장은 가장 최근인 2016년에는 LG의 신성장추진단장을 맡아 그룹 전체 미래 설계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016년 말까지 LG전자 이사회 의장직도 맡아 전장부품(VC) 등 신사업 육성에의 의지를 보였다.

구 부회장은 올해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사실상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LG 지분 7.72%(1331만7448주)를 들고 있는 대주주이지만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 1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인사 대화'에도 당초 구 부회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은 가풍인 장자승계의 원칙을 지키는 한편 조카인 구 신임 회장의 앞길을 터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1969년 타계했을 당시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은 장남 구자경 LG 명예회장이었고, 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것도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었다. 2004년 구 신임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던 것도 장자승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구본무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형제들은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음은 물론 LS, 희성그룹 등이 이후에 계열 분리됐다.

따라서 구본준 부회장도 자연스럽게 계열분리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에는 이날 이사회에서 계열분리도 함께 논의될 것이란 시장 관측이 나왔지만 이는 이사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재계는 연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계열분리 대상 회사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본다.

우선 시장에서는 구 부회장이 들고 있는 LG 지분의 가치(약 9600억원)를 고려할 때 LG상사가 계열분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LG상사의 시가총액은 9400억원 수준인데다 구 부회장이 2007년 대표이사를 지낸 곳이기도 하다.

자금력을 고려하면 반도체 관련사인 실리콘웍스(시총 약 5800억원), LG이노텍(시총 약 3조4300억원)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부회장은 1998년 LG반도체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해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또 구 부회장은 본인이 몸담았던 LG디스플레이에도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가총액이 6조5000억원이 넘는다는 점,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계열분리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어느 계열사가 됐든 수많은 임직원이 길게는 평생을 몸담았던 LG에서 분리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을 거듭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G 관계자는 이같은 관측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