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덫 놓은 사냥꾼처럼 성폭행"…안희정, 혐의 부인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의 첫 재판에서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여부를 두고 양측의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안 전 지사 측근이 피해자인 김지은씨의 행실을 문제삼을 자료를 모아 유포했다는 검찰 주장도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일 오후 2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증거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오전 11시에는 안 전 지사가 출석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검찰 측이 양측 동의된 서증 265가지 가운데 공개 가능한 증거 내용을 제시하고 피고인 측이 이의제기를 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부인과 아들이 보좌진과 나눈 문자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며 "피고인의 처와 아들이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삼으며 보좌진에 동조를 구하고 행실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유포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안 전 지사 캠프 측이 성폭력에 엄격하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 수행비서 근무 당시 안 전 지사의 운전기사 정모씨에게 성추행·성희롱 당했다며 신형철 전 비서실장에게 항의했다.


특히 김씨는 "(정씨가) 정식 사과하지 않으면 그 사람 일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후속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검찰은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시정되지 않은 점은 안 전 지사 캠프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분위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운전기사의 성폭력도 넘어가는 조직에서 도지사에게 당한 피해는 더욱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 전 지사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안 전 지사에게 당한 피해 내용을 저런 식으로 상세히 호소한 적은 없다"며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열린 첫 재판에서 "차기 대권주자라는 막강한 권력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마치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술과 담배 심부름을 빌미로 늦은 밤 피해자를 불러들여 성폭행했다"고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성관계나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나 위력관계와 기습추행 혐의 등은 모두 부인했다.

이날 첫 재판에는 안 전 지사가 출석했다. 김씨도 법정에 들어와 재판을 지켜봤다.

안 전 지사는 재판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재판의 여러 쟁점 사안은 법정에서 말하도록 하겠다"며 "언론에 직접 말씀 못 드리는 점 이해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이달 6일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피해자 김씨를 대상으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