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美 대두 지고, 캐나다 카놀라 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작한 무역전쟁이 세계 농축산물 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는 중국과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이 보복대상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겨냥하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다른 나라 경쟁 제품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희생된 대표적인 미국산 농산물은 대두다. 6일부터 미국과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관세폭탄을 주고받게 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수입처를 브라질,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했다. 중국 최대 국영 식품회사 코프코(Cofco)는 이미 가축사료용 대두 수입처를 미국에서 브라질로 바꿨다.


중국은 또 캐나다산 카놀라(유채) 수입을 늘리고 있다. 대두 대신 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480만t의 카놀라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카놀라 가격도 상승세다. 인터내셔널컨티낸털거래소(ICE)에서 11월물 카놀라 가격은 t당 506캐나다달러로 올해 초 대비 3% 가까이 상승했다. 대두보다 t당 85캐나다달러 이상 비싼 수준이다. 카놀라와 대두 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큰 차이가 없었으나 최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JP모건의 트레이시 앨런 연구원은 "중국은 카놀라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지 않는 한 수입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옥수수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다. 미국산 옥수수 최대 수입국인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브라질산 옥수수 60만t을 수입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0배 급증한 것이다. 농수산업 투자에 강점을 가진 네덜란드 라보은행의 스테판 보글 농산물 담당 연구원은 "멕시코가 미국 옥수수 수입 물량을 아주 다른 나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3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양돈 농가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멕시코에 돼지고기를 수출했다. 멕시코가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돼지고기에 2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독일 돼지고기에도 기회가 생겼다. 중국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줄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를 12%에서 37%로 올렸기 때문이다. 6일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는 52%까지 오르게 된다. 소고기 분야에서는 호주산 소고기가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호주산 소고기의 비중이 크지만, 고급 소고기 시장에서는 아직 미국산 소고기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베트남 방직 산업은 간접 수혜를 입는 사례다. 미국산 면화의 제2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산 면화 수입을 줄이면, 면화 가격이 내려가 미국산 면화를 가공해 다시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베트남 방직 회사의 이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보뱅크의 저스틴 셰라드 투자전략가는 "무역전쟁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