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지났다"..'무역전쟁' 발발에도 한숨 돌린 코스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정점에 달했음에도 국내와 글로벌 증시가 침착한 모습이다. 증시는 시장이 충분히 우려를 반영했다는 판단에서 악재보다는 협상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양새다.

특히 양국의 무역충돌은 충분히 주가에 선반영이 끝났다고 판단,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당분간 글로벌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우려와 기대감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추가 하락도 쉽지 않아"= 미국은 지난 6일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곧장 같은 규모의 관세 조치를 발효하는 동시에 미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며 맞받아쳤다.

양국의 무역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증시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상승 마감한 데 이어 다음날 뉴욕증시에서도 3대 주요지수가 6월 고용지표 호조에 주목하며 상승 마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를 먼저 일으킨 다음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협상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며 "무역전쟁으로 코스피는 트레이딩 PBR(주당순자산비율)인 2300선을 하회하고 있어 추가 하락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코스피의 추세적 반등보다는 하방지지선을 바닥에 두고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관세 품목을 늘리는 등 돌발 변수가 없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악재가 일단락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무역전쟁 자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다음주 증시는 앞서 급락했던 것처럼 큰 낙폭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버티는 종목이 이긴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전까지는 무역분쟁 이슈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무역전쟁과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기업이나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저평가 실적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양국의 무역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증시 패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역전쟁 시기에도 버틸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경쟁력이 높아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익이 줄어들지 않을 기업,그동안 주가상승이 과하지 않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개별 종목을 발굴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장에 불안한 투자심리가 확산될 때는 '하락에 둔감한 종목'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온다. 이에 경기와 다소 무관하거나 한국 고유 강점이 있는 콘텐츠, 엔터, 면세점, 경협, 바이오 업종이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하락률이 제한적이었고 2분기 이익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은 금호석유 대림산업 LG생활건강 휠라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 영원무역 신세계푸드 제일기획 GS리테일 롯데하이마트 오뚜기 동원F&B 동원산업 대상 등이다.

김재홍 PTR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무역전쟁 불안감은 여전하나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술 기업들은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며 "종목별로 선별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