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자"vs"묶자"… 후판값 놓고 철강사-조선사 갈등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선박, 해양플랜트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을 생산하는 모습./사진제공=동국제강

선박용 후판(두께 6mm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둘러싼 철강과 조선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후판 가격 인상이 조선업 생존을 위협하는 만큼 조선소의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인상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조선업계가 매출액 감소와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있다"며 경영 어려움을 토로했다.

협회는 "올해 선박 건조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건조량(1400만CGT)보다 턱없이 적은 78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조선가(선박 가격) 역시 개선되고는 있으나 원자재가격 인상분만큼 이뤄지지 않아 조선사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 올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조선사들의 후판 소요량은 약 420만톤으로 예상된다. 후판 가격이 올해 상반기 1톤당 5만원 인상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또다시 5만원 오른다면 올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약 3000억원 늘어난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철강사들은 통상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으나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환경규제, 수요증가 등 시황 호조 영향으로 전 철강사가 큰 폭의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이미 채산성을 확보했다"며 "향후 조선시장이 회복돼 후판 생산과 공급 또한 확대되면 철강 및 조선산업의 동반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에도 조선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이제 한계점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A 철강사 관계자는 "두 차례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선용 후판 가격은 건축용이나 일반용 후판에 비해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그 동안 구조조정을 진행한 철강업계에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B 철강사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