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시공 라오스 댐 붕괴… "5㎞ 밖 강까지 물 흘러"

24일(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주의 수력발전용 댐이 범람해 인근 주민이 지붕위로 대피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댐의 일부가 붕괴해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하고 수천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오스 동남부 아타푸주 메콩 강 일대에 위치한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이 붕괴해 수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됐다. 약 50억㎥에 달하는 물이 방류되며 6개의 마을이 피해를 입었고 약 6600명이 집을 잃었다. 아직까지 한국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댐 건설에 참여한 태국 전력회사 라차부리는 성명을 내고 "'보조댐 D'에 금이 가 댐에서 5km 떨어진 세피안 강까지 물이 흘렀다"고 밝혔다. 유튜브 등 현지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들에는 주택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수재민들의 모습과 물이 빠르게 마을로 범람되는 모습이 담겼다.

아직 보조댐이 붕괴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SK건설 측은 집중호우로 인해 물 수위를 조절하는 5개의 보조댐 중 한 곳에서 물이 넘쳐 흐르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의 범람으로 해당 보조댐 일부가 유실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댐 공사를 예정보다 4개월 앞당기면서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붕괴 원인이 자연재해냐 부실시공이냐에 따라 SK건설이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의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정부는 인근 지역을 긴급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댐 붕괴 후 수위가 오른 산사이 구역에 수송선을 보급하며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중이다.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도 국무회의를 취소한 뒤 이날 오후 군용 헬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했다. 라오스 기상청은 추가 폭우를 예보하며 피해 지역 확산을 경고하기도 했다. SK건설 측 역시 안재현 사장 등을 현지로 파견해 실태 파악에 나섰으며, 라오스 정부와 공조해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SK건설이 건설 중이던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는 볼라벤 고원을 통과하는 메콩강 지류를 막아 본댐 2개(세피안·세남노이댐)와 보조댐 5개, 발전소(410MW급) 등을 건설하는 약 10억달러(1조 13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2013년 착공을 시작해 지난해 4월 세남노이 댐 공사를 마치고 댐에 물을 채우는 담수식을 가졌다. 내년 2월에 상업 운영에 들어가 생산한 전력 중 90%를 태국에 수출하고 나머지 10%는 자국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앞서 SK건설은 한국서부발전, 태국 라차부리, 라오스 국영 LHSE 등과 '세피안-세남노이 전력회사(PNPC)를 설립하며 2012년 댐 건설을 수주했다. 댐과 발전소 건설 이후에도 27년 동안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그 수익을 얻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계약했다. 계약금은 7500억원이다. 한국건설회사가 BOT 방식을 통해 라오스에 투자한 첫 사례다. PNPC의 최대 주주는 SK건설로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다. LHSE는 24%, 라차부리와 서부발전은 각각 25%를 보유 중이다.

미국 환경단체 인터네셔널 리버스는 "기후변화에 따라 라오스 지역에서 예측불가한 극심한 날씨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일부 댐의 설계방식은 이러한 극심한 날씨 환경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경고 시스템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댐 붕괴)경고가 너무 늦게 발표돼 사전에 사람들의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