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포스코맨 권오준 회장의 조용한 퇴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오른쪽)이 지난 4월 18일 사임의사를 밝힌 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제 모든 정열을 쏟아 부었던 지난 32년 세월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32년간 포스코맨으로 살아온 권오준 회장이 25일 이임식을 끝으로 포스코를 떠났다. 포스코 (394,500원 ▲2,000 +0.51%)에 따르면 권 회장은 서울 역삼동 포스코센터에서 내부행사로 이임식을 조용히 가졌다. 권 회장은 앞으로 2년간 포스코 자문역으로 활동한다.


그는 이임식에서 "사상 유례없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폭풍우 속에서 과거의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며 "최정우 신임 회장과 열정과 통찰력으로 충만하신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홀가분하게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발짝 뒤에서 항상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무거운 짐을 벗은것에 대해서 홀가분한 생각도 들지만 어려운 무역환경 등으로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포스코 구성원들이 웬만한 어려움은 다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한 권 회장은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실장, 포스코 유럽사무소장,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을 역임하고 2014년 제8대 포스코 회장에 취임했다.


전임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로 건전성 악화를 자초한 탓에 권 회장은 취임 후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는 150여 건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한때 71개였던 국내 계열사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0여개로 감소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포스코는 지난해 3년 만에 연결 기준 매출 60조원대에 복귀했다. 포스코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1년 처음 60조원대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지속됐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던 2015년 50조원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60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4조6218억원)도 국내외 철강·비철강 부문 동반 실적 개선으로 최근 6년간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성과에 권 회장은 지난해 3월엔 연임에 성공했으나 임기를 2년 가량 남겨두고 지난 4월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 직후 권 회장은 "비록 몸은 비켜나 있겠지만 마음은 영원히 여러분과 함께 하며 포스코의 빛나는 미래 창조를 지켜보며 응원을 보낼 것"이라며 "보다 젊고 도전적인 최고경영자(CEO)가 포스코의 100년을 향한 여정에 앞장서 줘야 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에 이어 포스코를 이끌 최정우 회장 후보는 오는 27일 열리는 포스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9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