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민연금號…운용인력 탈출 러시에 좌초 우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연쇄적인 운용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운용부서 실장 5명 중 4명이 줄줄이 사표를 던져 모두 공석으로 남았다.

CIO(최고운용책임자인)인 기금운용본부장은 적임자를 찾지 못해 1년째 공석이고 기금운용의 핵심축인 해외대체실도 1년 반 가까이 후임 실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장기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장 공백 속에 3년 안팎의 단기 계약직, 지방 근무, 처우 불만 등이 겹치며 일반 운용직원들의 이탈로 번질 태세여서 63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3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운용부서(주식운용·채권운용·대체투자·해외증권·해외대체)는 실장 5명 중 채권운용실장을 제외한 4명이 회사를 떠나 직무대리 또는 겸임 체제로 임시 운영되고 있다.

이달 초 채준규 주식운용실장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에 대한 근거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로 해임된 후 조인식 해외증권실장(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이 곧이어 사직서를 냈다.


조 실장의 사임으로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는 이수철 운용전략실장이 넘겨받았고 주식운용실장은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하며 공백을 급하게 메웠다.

해외대체실장은 지난해 3월 이후 무려 1년 5개월간 공석이다. 팀장이 직무대리 역할을 맡고 있고 조인식 실장 사임으로 공석이 된 해외증권실장도 직무대리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난 27일에는 국내 대체투자를 총괄하는 김재범 대체투자실장마저 사직서를 냈다.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지만 이직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공석이 불가피하다. 이달 초 고성원 뉴욕사무소장도 본사 운용지원실 발령 이후 사직서를 제출, 차장급 직원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이처럼 주요 부서 간부들이 물러나면서 조직 내 균열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30일 34명의 운용직 공개모집에 나섰지만 지난 3월에 실시했던 1차 공모처럼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1차 공모 당시 모집 정원 38명의 절반 수준인 20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그 사이 일반 운용직 16명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지난해 기금운용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예산 부족으로 일부만 지급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내부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며 "3년 안팎의 계약직임에도 지방근무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고급인력 충원마저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