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정원장들 "특활비, 개인일탈 아닌 제도 문제" 무죄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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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News1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전직 국정원장 3명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특활비는 제도의 문제지 개인적 일탈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횡령죄 부분의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21일 진행된 첫 항소심 공판기일에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특활비 상납에 대한 국고 횡령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심이 국정원장 세명을 회계관계법 직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횡령 범죄가 성립한다고 본 점을 반박한 것이다. .

남재준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특활비와 관련한 법률적 판단을 내릴 때 국정원장의 개인적 일탈 범죄로 평가하기보다는 특활비는 추후 제도적 차원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남 전 원장이) 사후적으로 회계 감사 및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해서 정무직인 국정원장을 회계관계 직원으로 볼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국정수행 자금으로 필요하다고 해서 전달한 것이 어떻게 개인의 횡령죄로 취급되는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병기 전 원장 측 변호인도 "특활비가 특수공작 활동에 쓰이지 않았기에 전부 유죄라고 심플하게 1심이 판단했는데 이러면 대한민국 특활비가 전부 유죄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의 가장 큰 문제는 국고 횡령과 뇌물을 분리한 것"이라며 뇌물죄와 같이 횡령죄도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병호 전 원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누가 국정원장 되더라도 결국 범죄자 될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건 개인적 비리가 아니지 않느냐"며 대통령에 특활비를 제공한 것은 제도적으로 이미 굳어진 관행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 측은 이달 초 재판부에 제출한 보석 청구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은 "이병호 전 원장은 고령인 데다 폭염에 구치소 수감 생활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했고 체중도 급감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 측은 '특활비는 제도적 문제'란 변호인들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특활비는 용도가 명백히 제한되어 있는데 용도가 불분명한 금원처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특활비가 다른 기관에서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남용됐기 때문이고 다시 말하면 특활비 용도가 엄격히 정해져있는데 그것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된 데 대해 국민이 반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원심이 무죄로 본 뇌물죄 부분에 대해서도 "법리적 판단에 있어 구체적인 대가관계가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지 의문"이라며 포괄적 대가관계를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맞게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5월 청와대 측 요청을 받고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5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총 12회에 걸쳐 국정원 특활비 6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헌수 전 기조실장과 공모해 경우회를 지원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압박하고, 경우회 자회사 경안흥업을 물류관리계약 중간에 끼워 넣어 2014년3월부터 2016년3월까지 25억6497만원가량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이 전 실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8회에 걸쳐 8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병호 전 원장은 이 전 실장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21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다. 또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현기환·김재원 전 정무수석에게 5억원, 이원종 전 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준 혐의 등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남 전 원장에게 징역 3년, 이병기 전 원장 징역 3년6개월,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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