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집권플랜, BTS부터 출산주도 성장까지…3당 연설 말말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연설을 통해 '3당3색'의 개성을 드러냈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제 364회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들의 생각을 살펴봤다.

◇이해찬표 '20년 집권플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제가 생각하기로는 앞으로 20년 정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연설 초반부터 야권이 지적해온 '20'이란 숫자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지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정부가 20년 정도 집권할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는 게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연설내용도 중장기적인 체질개선책에 집중됐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 △사회적 대통합 △한반도 평화경제시대 등을 제시하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환의 계곡'을 예로 들며 "변화에 따른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는 그의 관점을 반영하듯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냈다"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며 나온 이 발언에 한 야당 의원은 "뭘 만들어냈냐"고 항의했다. 야당은 이 대표의 연설들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적폐청산·한반도 비핵화 등 야당의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엔 야당 의원들의 짜증 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연설시간은 30분 안팎으로 다른 두 대표보다 짧았지만 오히려 더 길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대표가 숨을 들이마쉴 때 나는 쇳소리, 큰 차이없는 말의 높낮이 등 전반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졌다. 단상 앞에 있는 슬라이드만 보는 이 대표의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에 원만히 연설을 마쳤다는 평도 있다.
◇'트러블메이커' 김성태, 좁은 시각이 편협한 논리 만들어…화제성에선 압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눈물의 씨앗", "사람잡는 경제", "보이스피싱", "세금중독성장"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연설을 시작하기 앞서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Moonwalking) 춤 동영상을 보여주며 "한국 경제가 미끄러지듯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설 내내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수사적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눈길을 끄는 시각 자료와 귀를 자극하는 언어표현들이 유치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전달력과 이해력을 높이기 충분했다는 평이다.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합니다"

무엇보다 이날 김 원내대표가 꺼낸 '출산주도성장' 담론이 주목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2017년 기준 출생아 수 40만 명이 무너지고 올해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지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경제성장과 연계했다. 김 원내대표는 향후 20년 동안 총 356조원의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는 계획까지 설명하며 과감한 정책전환을 요구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나름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보였지만 여성을 국가주의의 도구로 여긴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어떻게 청와대의 스피커를 자처하십니까"

마지막 돌발발언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김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한 나라의 입법수장으로서 균형감이 없다"고 겨냥하자 본회의장은 이를 비난하는 여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김 원내대표 연설은 자극적인 메시지로 품위는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많은 기사를 양산하고 누리꾼들의 토론을 불러일으키며 화제성 면에서는 가장 앞섰다.

◇당근과 채찍 골고루…김관영, 진정한 야당 역할 보여줬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대안있는 비판과 견제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건강하게 하겠다"


소득주도 성장부터 일자리, 부동산 문제, 국민연금까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정책을 조목조목 짚어내 비판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문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는 협치를 강조했다. "국익에는 여야가 없다"는 그의 연설은 "대안있는 비판을 통한 협치를 하겠다"는 말처럼 진정한 야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정확한 발음과 여유있는 시선 처리까지, 전달력과 품위 또한 빛났다.

"BTS의 성공이 주는 시사점, 시장과 기업 창의성 우선해야"


김 원내대표는 대형소속사 출신이 아닌 BTS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인정해주는 환경을 꼽았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민간 기업에 과도한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가 경제정책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그리고 “함께 하겠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3당 중 유일하게 미투법안의 입법을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판결을 언급하며 권력을 무기로 하는 폭력은 권력자의 우월한 힘 자체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안해야 하고 차별받는 사회를 끝내기 위해 국회가 하루빨리 미투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