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붙고 쉴래요"…추석 없는 아이들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사진=학원 사이트 캡처

26일까지 5일간의 추석 연휴가 이어진다. 하지만 수능이 코앞에 닥친 수험생들에게 연휴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서울외국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장세하 양(19)은 이번 추석에 아예 친척들을 보지 않기로 했다.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생각에 멀리 지방까지 내려가는 게 부담되기 때문이다.

대신 장 양은 연휴 동안 '추석 특강'을 들을 예정이다. 사흘간의 집중 강의로 사회탐구 한 과목을 빠르게 정리하는 게 목표다.

장 양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내신 준비를 하느라 상대적으로 수능 준비에 소홀했다. 1년간 수능에만 매달리는 재수생들이 신경 쓰여 불안하다"며 "짧은 특강이라도 집중해서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답했다.

재수생이 아니라 '죄수생'이라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입시 커뮤니티에는 널리 퍼져 있다. 이에 명절을 건너 뛰는게 더 낫다는 의견들이 보인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오히려 마음이 편한 면도 있다. 장 양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척들이 대학을 물어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차라리 좋은 결과를 얻어 내년 명절에 대학생으로 뵙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날아오는 특강 안내 문자. 수험생들은 이런 유혹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불안감이 주된 이유다. /사진=김건휘 인턴기자

/사진=학원 사이트 캡처

이에 학원들은 "필승 기회!", "마지막 역전 찬스", "성공의 지름길" 같은 문구를 내걸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과 목동 등의 학원가에서는 한 달여 전부터 '추석 특강' 수강생을 모집한다. 몇몇 유명 학원의 경우에는 강의가 한참 전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닷새 동안 수능을 완성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기에 '불안 마케팅'은 효과적이라고 한다. 수능이 임박했기에 순순히 지갑이 열린다는 것이다.

서초구 소재 학원에서 재수를 하고 있다는 손모 양(20)은 "뭐라도 손에 잡고 있어야 불안하지가 않다"라며 추석 특강을 듣는 이유를 밝혔다. 손 양은 그동안 미뤄뒀던 논술 특강을 들을 계획이다. 손 양은 "작년에는 수능을 망쳐 친척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며 "내년에는 당당하게 송편을 먹는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