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증시에 피난처 은행株…DSR 강화에 주가 향배 촉각

정부가 은행의 고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70%로 강화하면서 은행주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에서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여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은행 업종지수는 전날대비 0.98포인트(0.31%) 오른 312.5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수익률(0.37%)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그동안 은행 자체적으로 맡겼던 DSR에 대한 규제 비율을 선정해 발표했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연간 대출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이다. DSR이 70%라는 건 연간 소득의 70%가 대출원리금 상환에 쓰인다는 의미다. 지난 6월중 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의 평균 DSR은 72%, DSR 70% 초과 대출 비중은 23.7%였다.

◇"은행 대출성장률 기대치 낮춰야"= 정부가 은행의 고DSR 기준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으로 이미 관리돼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 한도를 줄여야 DSR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 대출증가율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9.13 부동산 대책 후속으로 DSR 적용이 크게 강화되면서 은행 대출성장률 기대치를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증가율이 3%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DSR 관리지표 도입과 가계부채 관리목표 강화로 가계대출 성장억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은행권은 일정 부분 성장세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은행주 실적이나 주가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는 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은행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는 11월 부동산 정책 공조 성격의 기준 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대형은행의 올 3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20% 증가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은행주가 아직은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가계 신용에 대한 통제가 고강도로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은행 거래를 하는 소득 계층은 우량하고, 금리 인상으로 우량 소득 계층이 채무 불이행자로 몰린다는 전망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대출 수요 억제에 따라 은행권보다는 건설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주 적극적 비중 조절 권고" "제한적 주가흐름 전망"=한편 이번 DSR 강화가 충분치 않아 가계부채 부실화,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져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처음으로 DSR 비율 규제를 도입했고 향후 비율 목표까지 제시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로 은행의 부도위험, 즉 시스템 리스크를 정부가 주시하고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도 위험을 높이는 투자목적 대출인 임대사업자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차주의 DSR을 파악해 규제하지 않은 것은 규제의 강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차주의 실질적 위험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흡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DSR 규제가 신규 대출에만 적용돼 당장 부동산 구매 용도 대출을 제한하거나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따라 서 연구원은 은행들의 실적발표 후 은행업종 주가가 또다시 가계부채 부실화 및 구조조정 우려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은행업종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한은의 금리 인상, 외국인투자자의 주식과 채권 순매도 여부 등을 주목해야 한다"며 "은행 업종 내 우량 종목 중심으로 투자하고 이에 맞춰 적극적인 비중 조절을 권한다"고 밝혔다.

유승창 KB금융 연구원은 "은행주는 하반기 양호한 실적 전망과 낮은 밸류에이션, 업종 예상 평균 배당수익률이 3.8%로 주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대내외 거시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