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에서 최경환까지…'2기 경제팀' 성적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6개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팀’ 교체 카드를 꺼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투입이다. 선발이었던 ‘김&장(김동연·장하성)’에게 ‘불협화음’ 책임을 물었다. 교체선수의 활약이 뛰어나야 감독이 역량을 인정받는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교체카드는 나쁘지 않았다. 경제지표 등 수치상으로 볼 때, 2기 경제팀의 성적이 1기보다 좋았다.


◇IMF 맞이한 DJ, ‘반전’ 강봉균 = 김대중 정부 첫 경제수장은 이규성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1998년 3월부터 1999년 5월까지 장관직을 수행했다. 어려운 자리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상황에서 전 정부가 건넨 바통을 넘겨받았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됐다. 1998년 경제성장률은 -5.5%. 청년 실업률은 12.2%까지 치솟았다. 잘해도 칭찬받기 힘든 자리에서 ‘총알받이’로 나름의 역할을 해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강봉균 장관이 다음 주자로 나섰다. 2000년 1월까지 8개월 간 장관직을 역임했다. 그동안 경제가 반등했다. 1999년 경제성장률은 11.3%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10.9%로 낮아졌다.


강 장관이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사례는 정·재계에서 아직도 회자된다. 그는 손 회장을 만나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가 100명을 키워달라고 부탁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노무현의 ‘선발카드’ 김진표, 부동산+신용카드부채 ‘이중고’=노무현 정부에선 김진표 경제부총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첫 경제수장을 맡았다. 2004년 2월까지 1년간 부동산 시장 불안과 신용카드 부채 문제가 겹치면서 힘겨운 임기를 보냈다.

경제성장률은 2002년 7.4%였지만, 김 부총리가 나선 2003년 2.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은 6.6%에서 7.7%로 상승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김 부총리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안정과 시장에, 이 실장은 개혁과 분배에 초점을 맞춰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김&장’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구원투수는 이헌재 부총리였다. 경제는 반등했다. 2004년 경제성장률은 4.9%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7.8%로 기대치에 미치진 못했다. 이 부총리는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MB, 윤증현 긴급호출=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사령탑은 강만수 기재부장관이었다. 관료 출신이면서도 ‘이명박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기에 힘이 실렸다.

기업을 위한 감세정책과 고환율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정책 노력은 밖에서 불어닥친 태풍에 힘을 쓰지 못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한 것. 2007년 5.5%였던 경제성장률은 2008년 2.8%로 반토막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였다.

2009년 2월, ‘2기 경제팀’ 수장으로 윤증현 기재부장관이 등판했다. 2009년 경제 성장률은 0.7%. 전년보다 하락했지만, 마이너스 성장률일 것이란 예상에 비해선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장관은 2년 넘게 경제팀을 이끌었고 2010년 성장률은 6.5%로 크게 반등했다.

◇박근혜와 최경환, 그리고 ‘초이노믹스’=박근혜의 ‘선발투수’, 현오석 부총리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1년 4개월만에 교체됐다. 2013년 경제 성장률은 2.9%였다.

2014년 7월부터 1년 6개월 간 박근혜 정부 경제팀을 이끈 최경환 부총리는 실세 부총리였다.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하고 경제부총리를 맡은 그의 정책을 두고 ‘초이노믹스’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썼다. 경제 성장률은 2014년 3.3%, 2015년 2.8%를 각각 기록했다.

◇김동연에서 홍남기로=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남긴 2017년 성적은 경제성장률 3.1%, 청년 실업률 9.9%다. 올해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전망치에 따라 성장률 2.7%, 청년 실업률 10.1%(2분기 기준)다. 최악의 투자와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는 등 만족스런 성적표는 아니다. 내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홍 후보자가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수치적인 ‘반전’이 필요하다. 홍 후보자는 “잠재성장 경로를 조금 더 위로 업그레이드하는 토대를 구축하는 게 경제부총리의 근본 미션”이라며 “그런 부분에 역점을 두고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