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8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두산+가을=무패' 법칙 증명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연장 13회에서 5대4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2010년 이후 8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 사진=뉴스1

SK 와이번스가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0년 통합 우승 후 8년만에 우승이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SK-두산의 한국시리즈 6차전은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3회초 터진 한동민의 결승 솔로포로 SK가 5대 4의 승리를 따냈다. 한동민은 연장 13회초 2사, 두산 유희관의 131㎞ 구속 직구를 그대로 받아 넘겨 우중월 홈런을 만들었다. 외야 상단에 떨어지는 비거리 135m의 대형 홈런이었다.


13회 말 마무리 투수로 올라온 SK 김광현은 백민기 라인드라이브, 양의지와 박건우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올해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SK는 한국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하위팀이 상위팀을 누르는 업셋 우승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정규리그 우승자 두산과 2위 SK의 승차는 무려 14.5경기차였다. SK 우승은 KBO 최다 승차 업셋 우승 신기록이다.

KBO에는 역대로 4번의 업셋 우승이 있었다. 이날 전까지 최다 승차를 극복하고 우승한 팀은 2001년 두산이다. 당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삼성은 81승52패, 승률 6할9리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두산은 65승63패5무, 승률 5할8리로 3위에 올랐는데 13.5경기차인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1989년 단일시즌제 도입 후 정규시즌 2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1989년 해태가 정규시즌 1위 빙그레를 4승 1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 29년만에 SK가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정규시즌 3위 팀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은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 2015년 두산 등 3번이 있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13회초 SK 공격 투아웃 상황에서 한동민이 솔로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사진=뉴스1

SK 우승은 다른 신기록도 만들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우승반지를 손에 넣는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다. 또 힐만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 후 한국을 떠나면 우승 직후 리그를 떠나는 최초의 감독이 된다. KBO리그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뒤 다음 시즌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SK는 '두산전 가을 무패 법칙'도 이어가게 됐다. SK는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만났고, 두 번 모두 우승했다. 200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3승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까지 4차례 가을야구에서 만난 시리즈 모두 이긴 셈이다. SK 김광현 투수는 미디어데이서 "두산과 했을 때 우리가 항상 좋았다. 좋은 기억을 갖고 한국시리즈에 임하겠다"라며 가을야구에서 '천적관계'를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타선은 찬스마다 터져나온 타선의 집중력과 파괴력에서 두산을 앞섰다. 필요한 순간마다 홈런이 나오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1차전에서 한동민과 박정권의 투런 홈런을 앞세워 승리한 SK는 2차전에서 두산에 패해 흐름을 내줬다. 그러나 3차전에서 메릴 켈리와 제이미 로맥의 홈런포에 힘입어 두산의 추격을 따돌렸다. 4차전을 패한 후에도 5차전을 잡는 집중력을 드러냈다.

6차전에도 3대4로 지고 있던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1개 남긴 상황에서 등장한 최정이 두산의 린드블럼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때려 경기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한동민이 연장 13회초 결승 솔로 홈런과 강승호의 4회 투런 홈런도 '홈런의 팀'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태원 SK그룹회장이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6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찾아 관전하며 미소 짓고 있다. / 사진=뉴스1

SK는 8년만의 우승으로 2000년대 후반 'SK왕조'의 부활을 예고했다. SK는 해체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2000년 창단해 2003년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서 준우승에 그친 SK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2007년을 시작으로 2008년, 2010년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6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신기록을 쓰며 'SK 왕조’를 세웠다. 그러나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만 2차례(2015년, 2017년) 진출했을 뿐 한국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반면 정규리그에 압도적인 승률로 패넌트레이스 우승컵을 거머쥔 두산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정규시즌에서 2위 SK에 14.5경기나 앞서 압도적인 우승이 점쳐졌다. 두산은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마지막까지 역전과 재역전을 노리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재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불펜의 핵 김강률과 4번타자 김재환이 연이어 부상으로 주저앉아 팀 전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