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건축비...거세지는 분양원가 공개압박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인기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압박이 거세다. 분양가가 실제 들어간 건축비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같은 건설사 브랜드라도 지역에 따라 건축비가 2배 이상 차이가 발생해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한 주요 아파트의 건축비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다. 건축비 편차는 분양원가가 공개되는 공공택지보다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민간택지에서 더 컸다.
　
지난 7월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공급된 ‘꿈의숲 아이파크’의 경우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온 84㎡(이하 전용면적)의 건축비는 2억7500만원으로 공급면적 기준 3.3㎡당 약 806만원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분양한 강남구 논현동의 ‘논현 아이파크’ 84㎡는 건축비가 3.3㎡당 1688만원으로 2배 이상 높다.
　
같은 강남권에서도 강남구 일원동의 ‘디에이치자이 개포’ 84㎡는 건축비가 3.3㎡당 746만원인 반면 서초구 서초동에서 공급된 ‘래미안 리더스원’ 84㎡는 3.3㎡당 1284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들 단지는 모두 분양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민간택지 아파트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공공택지의 경우 건축비는 대체적으로 비슷했지만 일부 단지에선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하남미사 ‘미사역 파라곤’이나 의정부 고산지구 ‘대방 노블랜드’, 김포한강 ‘금호어울림’ 등은 건축비가 3.3㎡당 620만~650만원으로 나타났지만 하남감일 ‘포웰시티 B6블록’ 84㎡는 3.3㎡당 891만원, 동탄2신도시 ‘힐스테이트 동탄2차’의 54㎡는 3.3㎡당 954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시민단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건축비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재비, 인건비 등은 일정한데 고급 마감재 사용이나 특화설계 등을 감안한다 해도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아무리 고급 자재를 사용한다 해도 건축비가 3.3㎡ 1000만원을 넘을 순 없다”며 “실제 투입된 건축비와 상관없이 시세에 따라 분양가를 정해놓고 건축비를 이에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2012년 공공택지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61개에서 12개로 축소되면서 건축비가 2배 가까이 뛰었다고 주장한다. 61개 항목이 공개된 2007년 분양한 서울 강서구 발산지구 아파트의 건축비는 3.3㎡당 344만원이었는데 12개 항목으로 축소된 2015년 인근 마곡지구의 건축비는 3.3㎡당 658만원으로 91% 증가했다.
　
국토부가 최근 시행규칙 개정으로 공공택지 아파트의 원가공개 항목을 다시 62개로 늘리기로 하면서 아파트 원가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최 부장은 “분양가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소비자가 내가 사는 집이 얼마에 지어졌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원가공개는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로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마감재만 해도 대리석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사비 차이가 엄청나다”며 “분양가 인하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공급 위축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