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정부, 노동개악 밀어붙이면 2·3차 총파업"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는 노동존중을 내팽개치고, 대통령 약속도 휴지 조각이 돼 간다"

21일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국회 앞에는 1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파업 집회를 열었다. 무대에 오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시도하며 자신들이 밀어붙였던 주 52시간 근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기간이 확대되면 노동 강도가 늘어 우리는 과로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며 광주형 일자리를 연일 띄우면서 민주노총을 기득권자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단언컨대 광주형 일자리는 절반의 임금으로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또 다른 구조조정마저 예고하고 있는 나쁜 일자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노동존중을 외친, 소득주도 성장만이 살길이라던 문재인 정부는 지금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며 "표를 구걸한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상진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5명이 '탄력근로제', '비정규직', '광주형 나쁜 일자리' 등 문구가 적힌 상징물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대규모 집회 후 행진은 하지 않았다. 총파업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대규모 집회 때마다 거리행진을 해왔다. 올해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벌였을 때도 국회로 행진했다.

이날 민주노총이 행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총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이 최근 대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점거한 채 농성하자 비판적 여론이 나왔다"며 "국민들에게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과 충돌 등이 일어날 수 있는 행진은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기대에 못 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에 전체 조합원 78만명 가운데 16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예상했던 20만명보다 적은 규모다.

총파업에 참여한 민주노총 산하조직은 금속노조 12만8277명,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1만명과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 비정규교수노조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에 나선 이유로는 내부 강경파의 압박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명환 위원장 등 현 지도부는 대화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강경파의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는 지금 정부에 밀리면 최저임금법 재개정, 비정규직 문제 등 줄줄이 이어지는 노동현안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위기 의식도 상당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속 강경투쟁을 예고하는 이유다.

한편 이날 총파업에 참가하는 민주노총 산하 조직은 사업장별로 일정 시간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했다.

현대·기아차 한국GM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 노동자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모비스 등이 속한 금속노조는 이날 전국 109개 사업장에서 12만8277명의 조합원이 4시간 이상 파업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 이후 정부와 국회가 응답하지 않으면 강경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당장 다음 달 1일 전국민중대회를 계획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결의문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총력투쟁을 지속하겠다"며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노동착취, 규제 완화 개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더 큰 규모의 2차, 3차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