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도 시위로 '몸살;…"노예 노동법 개선하라"

16일(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집권당인 피데스당이 통과시킨 노동법 개정안과 행정법원 신설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헝가리 국민들이 부다페스트 서부역에 모이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수천명의 헝가리 국민들이 16일(현지시간)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개정된 노동법과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나흘째 시위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헝가리 국기와 유럽연합(EU) 국기를 흔들며 부다페스트에 있는 영웅광장에 모여 국회의사당과 국영 TV 방송국까지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는 야당과 학생, 노동조합 등이 모여 언론의 자유와 '노예법'(slave law)이라 불리는 근무시간을 확대한 노동법 개정안 철폐, 사법부의 독립을 요구했다.

오르반 정부와 여당인 피데스당은 지난 12일 연간 초과근무 시간을 25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늘리는 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 개정안이 헝가리 경제의 취약한 부분 중 하나인 노동력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파에서는 초과근무보다 최저임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오르반 정부는 선거와 시위, 부패 등 민감한 문제를 담당하는 행정법원을 신설하는 법안도 통과시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대파는 행정법원이 정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권력분립을 무시하고 정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앤디라고 밝힌 한 학생(26)은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들은 이번 주 헝가리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법을 두 개나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날 일부 야당 의원들은 청원서를 읽기 위해 국영 TV 방송국에 접근하기도 했으나 보안요원들이 막아서며 불발됐다. 이에 시위대들은 국영 TV를 정부의 대변인이라고 비판하며 "TV가 거짓말 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올해 초 3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가 지난 2010년 집권한 이후 대면한 가장 큰 비판의 목소리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피데스당은 시위의 배후에 범죄자들이 있다고 지적, 헝가리계 미국 부호인 조지 소로스가 시위를 부추겼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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