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로지역, 내년 잠재수준 성장, 브렉시트 리스크 잠재"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내년 유로지역 경제가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지역 경제의 변동성을 키울 잠재적 리스크로는 미국과의 무역갈등,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탈리아 재정적자를 꼽았다.

한국은행 뉴욕·프랑크푸르트 사무소는 23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최근 미국 및 유로지역의 경제 동향과 2019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유로지역이 독일의 고용개선을 통한 민간소비 등을 바탕으로 잠재성장률(1.6~1.8%대)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내년 유로지역 잠재성장률을 1.6%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최근 경제전망에서 내년 유로지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8%) 보다 0.1%포인트 낮은 1.7%로 제시했다.

내년 유로지역 경제에서는 경기 하방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유로지역 주요 리스크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 협상 관련 불확실성, 이탈리아 재정적자 확대 논란 등을 지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EU와 영국 간 합의 없는 브렉시트(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EU지역 GDP가 최대 1.5~1.6%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올해 노딜 브렉시트시 영국 GDP가 최대 8%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EU집행위원회와 영국 정부 간 타결된 합의안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한시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근접하지만 영국 내 정치적 반대가 커 노딜 브릭시트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국 메이 총리는 반대파 설득을 위해 EU 측에 계속 추가 양보를 부탁하고 있지만 EU 정상들의 강경한 재협상 불가 방침 등을 고려할 때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당분간 브렉시트를 둘러싼 극심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포퓰리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이탈리아 재정적자 확대 논란은 향후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맞물려 유로지역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소비세 인하, 연금수령 연령 하향 조정 등을 통한 경제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 대비 2.4%까지 높였던 이탈리아 예산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양측은 협의 끝에 재정적자 목표치를 2.04%까지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부터 이탈리아 재정적자 확대에 때란 우려가 ECB의 자산순매입 중단 등과 연계될 경우 이탈리아 국채의 시장공급 확대에 따른 이탈리아국채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이 높아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3.0~3.5%대로 3년 평균수준을 1%포인트 이상 상회한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2020년 6월부터 ECB로부터 차입한 700억유로의 상환기간이 시작되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공약한 '부실채권에 대한 개인채무자 보호강화제도' 등 채무자 보호 중심 정책은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지연시켜 건전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다만 "유럽 재정위기 이후 정비된 유로지역의 금융안정 시스템을 고려할 때 여타 유로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