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영장청구…7달만에 수사 마무리 수순

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9.1.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에 있다고 판단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반년 넘게 매달려온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진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그를 첫 소환조사한 뒤 일주일만이다. 검찰이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사태를 겨냥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7개월여만인 207일 만에 양 전 대법원장은 처음으로 검찰 포토라인을 지나쳐야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전직 수장의 피의자 신분 출석이었다.

사법농단 사태의 시작은 2017년 3월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저지를 거부한 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언론보도였다. 이후 법원은 3차례에 걸쳐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결론은 일부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으나 '법관 블랙리스트'나 인사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6월15일 '수사 적극 협조' 방침을 밝힌데 따라 같은달 18일부터 본격 수사에 나섰으나, 초반부터 법원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었다.


법원 조사자료 및 인사자료 제출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여기다 의혹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 줄기각되며 '방탄법원'이란 비판도 일었다.

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은 속도전을 포기하고 전현직 법관 수십여명을 상대로 한 저인망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사법농단에 해당하는 정황을 여럿 확보한 검찰은 '임종헌 USB'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문건 등을 통해 혐의사실 입증 토대를 일궜다.

이 문건엔 김앤장 측 한상호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독대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계획 등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검찰 수사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9월18일 대법원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 등으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사법농단 첫 구속영장'은 같은달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해 10월27일에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상대로 '사법농단 1호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탄력을 받는 듯했던 수사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으로 또 주춤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이들을 건너뛰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진했다. 수사 장기화 부담과 함께 박·고 전 대법관을 겨냥한 영장이 연거푸 기각될 경우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수장으로 모든 보고·결재라인의 최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통해 정면돌파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두 전직 대법관 영장이 기각된 뒤 한달여간 전현직 법관 수십여명을 다시 조사했다. 현직에 있는 이동원 대법관 상대 서면조사도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 11일에 이어 14일과 15일 3차례(조서 기준 2회)에 걸쳐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사실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나, 검찰은 그의 소명에서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지난해 12월 영장청구가 기각됐던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했다. 다만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선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았다. 박 전 대법관에 비해 공모관계가 약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늦어도 이달 안에는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 검찰 정기인사가 나는 2월 전엔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팀의 피로누적과 일반 형사사건 과부하, 수사 장기화로 인한 사법불신이 갈수록 높아지는 점도 검찰의 고려대상으로 꼽힌다. 이에 내달 인사에 맞춰 공소유지 등에 필요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파견인력은 제자리로 복귀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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