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부터 을지로까지, 서울시 '급한' 개발 체했다

새 광화문광장 조성계획안 /사진제공=서울시

광화문광장부터 을지로까지 서울 경관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던 서울시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소통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 내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조급증이 결국 서울 개발계획의 소화불량을 불렀다는 평가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전일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고 “광화문광장 재구조사업에 포함된 정부 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포함 문제는 행안부와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행안부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정부 서울청사의 정문 및 차량 출입구가 폐쇄되고 전면 주차장이 없어져 공공건물로서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행안부와 서울시는 성공적인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의견을 충분히 조율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vs 행안부·국토부=서울시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 광화문역 신설과 관련해서도 국토교통부와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GTX A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부터 광화문복합역사 신설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추가예산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역사와 노선길이 등이 달라져 GTX A 운영 전반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
　
서울시가 10여년간 추진한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재개발사업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과 관련한 논란이 확대되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논의됐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단되는 등 풍파를 겪다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다시 개발의 불씨를 지폈지만 5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박 시장 치적 쌓기 조급증? “장기계획·논의 필요”=광화문광장의 이순신장군상 이전 등으로 시민들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의 완공을 2022년 대선 이전인 2021년으로 못박은 것을 두고 박 시장의 임기 내 치적 쌓기에 대한 조급증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을지로 개발과 관련, ‘생활유산’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발계획을 되돌린 것도 애초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시가 용산, 청계천 등 개발경험이 풍부한 상황임에도 박 시장의 임기 내 급하게 진행하려다 보니 갈등이 확대된 것”이라며 “타당하고 합리적인 정책목적과 계획, 시민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개발계획을 둘러싼 갈등은 빈번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지자체와 시민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와 갈등으로까지 확산했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개발계획을 논의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인근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인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새 광화문광장 발표가 나온 지난 21일 종로구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 84㎡ 매물이 16억5000만원(21층)에 나왔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해 11월 15억원(5층)에 거래된 후 가격이 하락세였다는 점에서 이번 호가는 광화문광장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