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력' 안희정 前지사 2심 "법정구속·징역3년6개월 실형"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행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54)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오후 2시 30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법정구속됐다.


안 전 지사는 2017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등 해외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전 수행비서인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심 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도지사 집무실에서 있었던 1번을 제외하고 9번에 걸친 안 전 지사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며 "업무상 위력이란 유무형을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 뿐 아니라 권세를 이용해서도 가능하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으며 사건 당시 상황이 매우 세부적이어서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이어 2심 법원은 "피해자가 일곱 달이 지난 후에야 폭로한 것 역시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허위로 피해사실을 진술했다거나 무고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해자의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 등에 대해서도 "젊은 사람들이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친근감을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고 상관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도저히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2심 법원은 "당시 피해자의 상황에 비춰 보면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고 안 전 지사가 계속 미안하다고 한 점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성관계의 취지를 계속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2심 법정에서 맥주를 먹다가 피해자인 김씨가 동의하자 성관계를 맺었다고 했다고 했으나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비서로 일한지 한 달 된 피해자가 상관인 도지사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피고인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했다거나 곧바로 동의했다는 것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 법원은 “안 전 지사의 지위와 권세가 피해자를 제압할 만한 충분한 위력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권력적 상하관계로 봤을 때 취약한 관계에 있다고 보고 이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도지사 집무실에서의 추행과 관련해 2심 법원은 “진술 내용을 보면 일관적이지 않고 다른 증거들에 의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 선고를 내리고 "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상급자로서 위력을 앞세워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상급자였고 피해자 김씨는 하급자였다"며 "그는 이런 자신의 지위와 권세, 업무상 특수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를 불러내 강간하고 추행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25분쯤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섰다. 그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재판정으로 향했다. 피해자 김씨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