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오·김, 유튜브 격돌…황 "시장경제가 원칙이나 대기업 사회환원해야"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왼쪽부터 오세훈·김진태·황교안 후보)이 17일 유튜브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자들이 17일 유튜브 방송 토론회에서 보수 이념 논쟁을 벌였다. 특히 오세훈 후보와 김진태 후보는 중도층을 아우를 것이냐, 더 선명한 보수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오 후보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애증' 발언을 놓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토론회 도중 방어적 입장을 이어간 황교안 후보는 "좌파 정부의 정책을 막겠다"며 양 후보의 공격을 피해갔다.



김 후보는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방송된 당권주자 토론회에서 오 후보를 향해 "박 전 대통령에게 애증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 때 박 전 대통령이 커터칼까지 얼굴에 맞아가며 도왔는데 뭐가 서운한가"라며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과거 자신을 도와줬던 점 등은) 박 전 대통령에게 너무너무 고맙다"면서도 "다만 한국당이 사람 중심 정당, '박근혜를 위한 정당'은 아니다. 보수의 가치를 지켜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와 김 후보는 당이 아우를 이념적 스펙트럼에 대해서도 서로 각을 세웠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은 우파정당이 선명하지 못하다"며 "보수 우파를 통합해야 하고 제가 그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당이 무당파·(여론조사)무응답층에게 다가가려면 확실한 의견을 가지고 싸워야지 뜨뜻미지근해서는 부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반면 영국 보수당을 예로 들며 "개혁보수와 진보·서민의 아젠다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정책을 수용할 때 유연성을 가지고 보수 정당이 사랑받을 수 있다"며 "따뜻한 보수와 개혁 보수, 민생 보수가 이념적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당은 이념으로 뭉쳐야 한다"며 "지금 사회주의 정권으로 치닫는데 이념이 진실하지 않으면 '웰빙이익집단'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총선 의석 과반수가 걸린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의 민심을 해결해야 한다"며 "김 후보는 투쟁 경력을 바탕으로 '집토끼(당원)'를 지키는 데에는 강점이 있지만 수도권에서 지면 진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 해서 항상 수도권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국무총리하신 분(황 후보)은 전국에서 표심을 얻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서로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각각 황 후보에 대한 '사상 검증'도 시도했다. 김 후보는 "황 후보의 말을 들으면 다 맞는 말 같은데 어느 한 쪽도 포기 안하려는 다소 어정쩡한 모습도 비춰진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김 후보는 특히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들이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와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황 후보의 입장을 촉구했다.

황 후보는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기업과 협력사의 합의가 이뤄져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황 후보는 "대기업들도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이익을 '공유'한다기보다 사회에 환원해 이런 말이 안 나오게 하면 좋을 것"이라며 "경제적 약자들과 함께 가는 사회를 어정쩡하다고 말하는 것은 동의 못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안보 정책면에서 공세를 펼쳤다. 오 후보는 황 후보가 총리 시절 정부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한국형 3축 체계'를 고집하는 데 대해 "킬체인 등 방어 무기는 과학적 효과가 검증이 안 됐다"며 "한국형 3축 체제는 무리스러운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황 후보는 "전혀 동의 못한다"며 "오히려 오 후보가 말하는 핵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지금 단계에서 국제 사회에서 논의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황 후보는 이날 공격보다는 경제와 한국당을 살리겠다는 입장을 위주로 토론에 나섰다. 황 후보는 "현재에 안주해서 반복하는 것은 우리 미래를 위해 취할 일이 아니다"며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서 지금의 좌파 정부가 하는 정책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