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밀양송전탑 건설 위해 주민대표·가족들 해외여행 제공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주민대표 및 그 가족들에게 해외 관광 등을 제공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밝혀졌다.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밀양 송전탑 건설에 따른 주민지원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밀양 주민대표, 한전, 밀양시 등이 구성한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가 2015년 11월 주민대표와 가족에 대한 해외 전력설비 시찰을 요청하자 한전이 운영하는 필리핀 일리한 발전소 시찰 1회를 제외한 모든 일정을 관광으로만 구성해 3200여만원을 지원했다.


한전은 '사업관리비 운영기준'에 따라 선심성 물품 제공 의혹을 일으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밀양 송전탑 관련 사업관리비를 지역주민의 전력시설 견학 등에 사용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실제 필리핀 시찰에 참가한 주민대표와 그 배우자 등 19명은 단 한번의 전력설비 견학도 하지 않은 채 오직 관광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사업관리비가 해외 전력설비 시찰이 아니라 관광비로 지원되는 등 선심성으로 집행됐다"며 "한전 사장에게 송·변전설비 건설예산에 포함된 사업관리비를 잘 관리하라고 주의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 지원금을 제대로 된 절차 없이 지급했다가 회수하기도 했다.

한전은 2014년 5월 송?변전설비 건설 주변지역 특별지원사업비 명목으로 A면 주민대표와 농산물 공동판매시설을 신축하기 위한 지원금 13억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 비용이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라 지급되야 하지만 아무런 확인 없이 지급됐다는 점이다.

한전은 같은 해 10월 이 주민대표가 토지매매계약서 등 관련 증빙 없이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을 위한 토지구입비 4억원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대로 지급했다.

감사 결과 주민대표 등은 이 토지를 실제 3억5000만원에 매수했고 토지 매도자에게 부과될 고액의 양도소득세를 우려해 실제 거래가액보다 낮은 2억6300만여원에 부동산 거래신고를 했다.

이에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토지를 다시 매각한 후 지난해 9월 지원금 전액을 반환했다.

감사원은 "결과적으로 한전이 A면에 지급한 지원금 7억8000만원이 3년9개월 이상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신축에 활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한전은 버스임대계약 체결 과정에서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만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주민 B씨가 관계된 회사와 버스임대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